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10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 현장을 떠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5월 10일 저녁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현재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상에 누운 이 회장을 대신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홀로서기를 한 지 1년. 지금의 삼성에 대해 더 이상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재용의 매직'이 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13년 3분기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삼성전자는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쓰러진 지난해 2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돼 3분기에는 4조6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한 지난해 4분기 5조29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반등에 성공한 뒤 올 1분기에는 6조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올려 실적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무선사업부문에서 과감한 인사와 긴축정책을 단행하며 효율성을 추구했고, 그 결과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를 탄생시키는 성과도 냈다.
이 부회장이 실적 악화라는 위기 상황을 무사히 넘기고 2분기에는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려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삼성이 과도기를 맞이한 지금, 이 부회장은 자신만의 색깔로 삼성을 이끌며 빠르게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 1년간 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은 물론 인수·합병(M&A), 투자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등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을 한화에 매각하며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지난 7일에는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하면서 과감한 결단력도 보여줬다.
이는 국내 대기업의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실행하는 것은 2012년 화성 반도체 17라인 신설 투자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신사업 분야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외국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차전지는 전기차 시대와 함께 도래할 확실한 시장인 만큼 공격적인 드라이브로 반도체와 같은 신화를 다시 쓰겠다는 포부다.
사업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가까운 이 부회장의 자동차 인맥이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모바일솔루션, IoT(사물인터넷) 등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최근 국내에 이어 유럽에서도 2개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스마트헬스·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분야 신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변화는 업무 문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월부터 자율 출퇴근제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물론 혁신을 이끌어내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앞서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한 뒤 ‘7·4제’(오전 7시 출근해 오후 4시 퇴근)를 전격 실시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아직 진행형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의 외형적 변화가 이뤄지는 단계였다면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해야한다.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은 지금보다 더 빠른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이재용식 성공 스토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