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2차 세계 대전 당시 조선인 강제 징용에 이용됐던 일본 산업시설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교도 통신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일본이 등재 신청한 규슈와 야마구치현에 있는 중화학 산업시설 23곳 중 최소 7곳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가 발생한 곳으로 알려져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산업 혁명으로 덧칠하는 행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등재 시설에 포함된 미쓰비시 나가사키조선소는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함과 어뢰 등을 생산하는 전초기지로 최대 4700명의 한국인이 동원됐다가 1945년 8월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곳이다.
한국 정부는 7개 시설에서 5만7900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강제노역을 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단순한 산업혁명시설로 미화해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혀 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에 대해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호하는 세계유산협약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의 문화재 등재 추진 논란으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문화재 등재 사실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독일이 문화유산으로 추진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는 일본이 추진하는 문화유산 시설과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는 점만 같을 뿐,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지 않고 반성한다는 점에서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 나치의 잔혹성을 잊지 말고, 잘못된 이념이 불러온 비극을 후세에게 전한다는 의미에서 1972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며 “아우슈비츠는 항상 인간성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아우슈비츠는 독일의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에 애초 폴란드인 죄수와 당시 소련군 포로를 가두려고 세웠다가 유대인과 나치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강제로 수용한 곳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강제 노역을 당하다 결국 가스실에서 집단 처형됐다. 30개국에서 강제로 끌려온 4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려면 6개 항의 문화적 기준, 4개항의 자연 기준 등 모두 10개 항의 기준 가운데 적어도 1개 항에 부합해야 한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1975년 발효된 ‘세계 문화유산보호 협약’에 따라 보존 기금 등 지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