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항공 송수일 부기장 ‘평범한 문과생, 제주항공 파일럿 되다’

2015-05-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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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송수일 부기장[사진=제주항공]


아주경제(김포) 이소현 기자 = 하늘 위 파일럿. 누구나 한번쯤 장래희망으로 꼽을만한 낭만적인 꿈이다. 큰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판타지와 제복이 주는 로망도 크다. 특수 전문 인력으로 두둑한 보수도 따라온다. 국내 직업 고액 연봉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도 없다.

파일럿은 먼나라 이야기 같다. 그러나 공군사관학교, 항공운항학과 출신이 아니어도 항공사 부기장 타이틀을 거머쥔 이가 있다.
항공대 영어학과를 졸업한 송수일(37) 제주항공 부기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항공화물을 운송하는 UPS 코리아에서 근무하다가 항공대 비행교육원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조종사의 꿈을 키웠다. 훈련관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던 찰나 제주항공과 항공대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운항승무원 공채전형을 통과해 지난해 6월부터 근무 중이다.

그는 “평범한 문과생 출신으로 조종사가 된다는 것 자체를 상상 못했다”며 “세상이 좋아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종사가 될 수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항공대학교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 데 이어 올해 한서대와도 MOU를 체결했다. 중국 및 중동 항공사에서 거대 자본을 투입해 국내 우수 인력 유출 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서 큰 경쟁력은 양질의 조종사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항공사 입장에서 검증된 교육기관과 MOU 체결로 우수한 신입 부기장 인적자원을 선점할 수 있어 늘어나는 추세다.

조종사를 선발하는 채용전형이 다양해졌지만 요구되는 검증시스템은 동일하다. 120가지 이상의 까다로운 신체검사, 학술평가, 비행기량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지름길은 아니었지만 결국 조종사의 길로 들어선 송 부기장은 꿈나무들에게 영어, 시력, 체력을 주문했다. 특히 그는 “조종사에게 고차원의 영어실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세계관제 표준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종사 면허를 따는 데도 영어는 중요하다. 항공 영어 구술능력 시험(EPTA)에서 토익 800점 이상 수준인 4급 이상 받아야 한다.

시력도 중요하다. 조종사로 입사하려면 교정시력 1.0이 필수다. 송 부기장은 “조종사 준비생들은 시력을 위해서 스마트폰을 멀리해야한다”며 “모니터를 통하는 계기비행을 직업으로 삼을 사람이 벌써부터 눈을 혹사시켜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체력도 필수다. 송 부기장은 비행이 없는 날은 수영 등으로 격렬하게 운동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고 한다. 그는 “조종사의 경우 비행스케줄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신체리듬이 많이 깨진다”며 “본인 몸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시차 적응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일럿 하면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조건이지만 수많은 승객들을 태우고 운항하는 만큼 자유로움보다는 ‘희생과 절제’가 몸에 배있어야 한다. 송 부기장도 모든 삶의 초점이 조종사 업무에 맞춰져있다. 그는 “조종사는 누구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실해야한다”며 “기장과 부기장, 둘만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승객을 태우고 운항하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곰’처럼 우직한 사람이 빛 볼 수 있는 직업도 조종사다. 송 부기장은 “비행을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배우고 익힌 것이라도 매뉴얼을 다시 한 번 펼쳐보는 우직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번 비행할 때 떨리겠다는 질문에 돌아온 그의 대답은 “떨리는 것을 느낄 겨를이 없다”며 “아무 생각도 안하는 게 최고”라고 했다. ‘하루하루 비행에 충실하자’는 그의 목표처럼 무던하고 우직하게 제주항공과 함께 기장으로 성장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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