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체 제한경쟁인 1개의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해당 기업들 간의 물밑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오는 6월 1일까지 서울과 제주지역 시내면세 신청을 접수받고 빠르면 7월 중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고된 면세 특허 업체 수는 서울 3개, 제주 1개 등 총 4개이다.
이렇게 국내 대기업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사이 올해 처음으로 서울시내에 운영될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사업권 1개를 획득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현재 국내 중소·중견 업체의 시내 면세점은 대구의 그랜드면세점을 비롯해 최근 인천에 문을 연 엔타스듀티프리 등 7곳이 운영중이다.
먼저 한국패션협회는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성수동 협회 회의실에서 35개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22일 공고를 내고 “회원사들의 매출 증대와 투자 수익 보장 등에 도움이 되고자 (면세)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에 공고된 서울지역 3개 특허 중 1개가 중소 중견기업으로 제한됨으로써 중소·중견 컨소시엄으로 면세사업 특허 취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협회에는 남양비비안·로만손·삼양모피·신원·LF·영원무역·이랜드그룹·제일모직·코오롱인더스트리·휠라코리아·형지어패럴 등 패션 전문 기업과 마리오아울렛·이랜드그룹·두산타워·홈플러스 등 3500여 개 국내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협회는 이번 주까지 참여 의향서를 접수하고 10∼15개 업체를 모아 컨소시엄을 꾸린 뒤 특수 목적법인(SPC)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입지는 동대문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패션협회의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회원사 가운데 사업 역량이 이미 대기업군이거나 이와 비슷한 매출 역량을 갖춘 곳이 많고 △진입장벽에 막혀 있는 대기업군 업체들에게는 또 다른 진출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각 업체 간 부족한 부분을 쉽게 저비용으로 보완할 수 있고 △향후 면세사업 진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들 때문이다. 이로인해 많은 협회 회원사 기업들이 참여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곳으로는 유진그룹이 있다. 레미콘과 건자재 유통, 금융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 이 그룹은 서울 여의도 옛 MBC 사옥에 시내면세점을 설립하고 MBC와 함께 관광사업 활성화와 문화콘텐츠 사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복합 쇼핑몰 하이브랜드도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다고 언론에 밝혔다. 지상 6층 규모의 쇼핑몰 가운데 2개 층은 쇼핑몰로, 1개 층은 식음료(F&B) 매장, 나머지 3개 층은 면세점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이미 컨소시엄을 통해 인천공항 면세점에 진출한 하나투어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화장품 회사 참존은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입점에서 임차보증금을 내지 못해 최종 탈락했지만 시내 면세점에는 다시 도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3월 제주 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롯데면세점에 석패한 부영과 서울 중구에 면세점을 운영 중인 동화면세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