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당국의 '반독점' 벌금폭탄 맞을 다음 타자가 글로벌 명품차, 독일의 BMW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관영언론인 중국중앙(CC)TV가 BMW가 중국 시장에서 독점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폭로한 것.
CCTV는 병행수입업체를 대상으로한 현장취재를 통해 BMW가 병행수입상에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배출량이 높은 자동차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29일 폭로했다. 자동차 배출량에 따라 다른 관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 병행수입상의 가격우위를 없애려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자동차 모델은 2015년형 BMW X5다. 2014년형 BMW X5의 배기량은 2979cc 였으나 2015년형은 오히려 늘어난 3004cc가 된 것. 중국 병행수입업자들은 "지난해에 판매가의 10만 위안을 저렴하게 팔 수 있어 인기가 있었던 X5의 올 세금 부담이 11만 위안 늘어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중국 당국은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다른 비율의 수입관세를 책정하고 있다. 배기량이 2979cc였던 지난해에는 2500~3000cc 사이로 66.19%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3004cc로 배기량이 늘어나면서 관세율이 95%까지 불어난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식 수입매장에서 판매되는 2015년형 BMW X5는 배기량이 기존과 동일한 2979cc라는 점이다. BMW가 중국 시장 독점을 위해 병행수입상에게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배기량 3004cc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여기서 생겨난다고 CCTV는 지적했다.
중국 관영언론이 BMW의 독점 의혹을 제기하면서 중국의 수입차 때리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가격담합 혐의도 중국 당국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억5000만 위안(약 612억원)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중국 당국이 가격 독점 조사 역량을 계속 강화하자 BMW, 벤츠, 크라이슬러 등 외국계 기업들의 부품 가격 인하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올해 BMW그룹의 수익 증가율은 둔화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BMW 매출의 중국 시장 비중이 전년의 22%에서 16.5%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한자릿 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