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은행권에 부실기업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따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한계기업을 지원해온 은행들이 끝내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일부 은행은 부실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며 추가 손실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이 추가 지원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우려가 커졌다.
다음달까지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동조선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그동안 지원해온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면서 채권은행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성동조선 이외에도 경남기업의 상장폐지로 대출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지며 채권은행들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채권은행은 이미 지분 매각으로 인해 800억원의 확정 손실을 입은 실정이다.
현재 남아 있는 대출채권을 보면 수출입은행이 5207억원으로 가장 많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176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산업은행(600억원) △농협(522억원) △수협중앙회(455억원) △국민은행(421억원) △우리은행(356억원) △광주은행(326억원) △기업은행(235억원) △대구은행(23억원) 등 순이다.
이같은 부실기업 리스크는 앞으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눈치를 보며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상장폐지를 면하긴 했지만 대한전선 역시 회생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대한전선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 상장폐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3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지금까지 은행들이 대한전선에 쏟아 부은 돈은 1조원이 훌쩍 넘은 상황이다. 대한전선 채권단은 지난 2012년 자율협약 후 △대출 7000억원 출자전환 △5200억원 신규대출 등을 실시했다. 여기에 지난 2월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16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분식회계 혐의로 채권단은 2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이외에도 은행들은 지난해 모뉴엘의 파산 선고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계기업이 늘고 있어 부실기업 문제가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대출의 부실은 결국 가계대출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부실기업 처리를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