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미국과 일본은 28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미·일은 70년 전 ‘적대 관계’에서 ‘부동의 동맹’(unshakeable alliance)으로 변모했다"고 표현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 동맹이 한층 더 강화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을 통해 국방력 강화를 꾀하는 미국과 전범국이 아닌 ‘보통국가’ 지위를 갈망하는 일본의 속내가 정확히 들어맞은 덕분이다.
중국으로선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도서(섬) 방위'를 명기한 데 이어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그냥 지나갈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 미·일 정상회담…안보·금융 협력 강화, 중국·러시아에는 ‘견제구’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은 양국 군사 협력 강화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진전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장에서 일본 자위대의 지리적 활동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한 방위협력지침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한반도와 대만 해협 등 일본 주변으로 활동 범위를 한정한 기존 지침과 대비되는 대목으로, 일본이 ‘보통국가’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국방비 삭감 흐름 속에 있는 미국이 안보 공백을 막고자 일본의 방위력 확대를 용인하고 이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연일 세력확장에 나서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 주도의 군사 패권질서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간 무역 협정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표적 수단이다. 최근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개설, 영국·프랑스 등 57개국의 가입을 이끌어 내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를 바꾸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대 우방국인 일본과의 TPP 타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후 70년만에 日총리 미 의회 첫 연설…과거사 관련 직접적 사과는 피해가
2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일본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의회 연단에 섰다. 그러나 그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 등에 대한 직접적 사과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의 최대 우방국으로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피해갔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 곳곳에서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과 발언을 촉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결국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사과는 피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깊은 고통을 느낀다”라면서도 “전쟁 중에 여성의 인권이 종종 침해당해 왔다”라는 발언을 덧붙여 자기합리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전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는 위안부 문제를 제3자 입장에서 보는 듯한 발언으로 일본 정부의 개입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