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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같은 유전성 유방암이라도 변이 유전자가 놓인 위치에 따라 암을 일으키는 정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유전성유방암연구회(책임연구자 김성원·이민혁·안세현·박수경)는 유방암 유발 유전자(BRCA1·BRCA2)의 변이 유형과 위치에 따른 암 발생 위험성을 규명하기 위해 세계 33개국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임상학술지로 꼽히는 미국의학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 최근호에 게재됐다.
BRCA 유전자는 대표적인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다. BRCA1·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80%로 높아진다.
이 유전자는 원래 유방암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그 기능을 잃어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 등을 일으키며 세대를 통해 유전되는 특징이 있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이 유전자가 발견되자 암 발생을 염려해 유방을 절제한 데 이어 난소까지 잘라냈다.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발병할 위험에 미리 대응한 셈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BRCA 유전자 보유자 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도 변이가 생긴 위치에 따라 암의 발병 양상이 달랐다.
BRCA1 유전자의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 호발 구역이 각각 3개, 1개가 관찰됐다. BRCA2에서는 유방암과 난소암 호발 구역이 3개씩으로 확인됐다.
이는 BRCA1나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다고 해도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 정도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 논문의 공동저자인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 원장은 “그동안 변이 유전자인 BRCA1·BRCA2의 보유만으로 불안함에 시달렸던 환자 치료에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각 유전자 변이의 호발 구역을 살펴보면 세부적인 질병 예측이 가능해져 유방과 난소 모두를 절제할지, 유방만 절제할지 등을 결정하는 환자별 맞춤진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