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밀월 관계가 돈독해진 반증으로 아베 일본 총리의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꼽는다. 일본 총리 역사상 70년 만에 처음으로 아베 총리가 합동회의 연설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일본을 전쟁침략 국가에서 동등한 ‘동반자’로 인정한다는 암묵적 표시인 셈이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중국의 고속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우리로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모양새다.
가뜩이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경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위안화 직거래장터 개설,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 지난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최종 확정 등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반면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독도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로 인한 공방만 거듭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당장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수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수출 전선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이 이번 미-일 동맹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 기업 수출 경쟁력과 밀접한 원·엔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7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내려섰다. 엔저 심화는 고전하는 수출 기업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 수출 주력 품목 대부분이 일본과 겹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선박 등 주력 13개 산업군 대부분이 일본 주력 수출품과 중복된다. 미국 시장에서 이들 품목들이 일본과 경쟁에서 밀릴 경우 수출 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미국과 관계 개선이 어려워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함께 견제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확실하다. 다만 이로 인해 한국경제가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이 일본과 함께 아시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다면 그 영향이 간접적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도 미국과 일본의 중국 견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금 당장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동맹 강화로 인해 한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연평균 원·엔 환율이 900원일 경우 국내 총수출은 지난해보다 약 8.8%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이 더 이상 먹거리의 중심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 수출만으로 성장률을 떠받칠 수 없다는 사실을 바로 봐야 한다”며 “내수, 금융산업 등 살려야 할 것들이 수출 외에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