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안성) 이소현 기자 = ‘다다다다다’
점찍어둔 146번 2012년식 검정색 쏘렌토R 디젤 모델이 200인치 전광판에 뜨자,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요즘인기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매물이 등장하자 500여석의 경매장은 시작을 알리는 ‘딩동’ 소리와 매매업자들이 손에 쥔 단말기 누르는 소리만 들렸다.
지난 27일 찾은 경기 안성 원곡면에 있는 kt렌탈 오토옥션 안성경매장에 출품된 브랜드와 차종은 각양각색으로 900대 차가 전시돼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 경매는 이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됐다.
중고차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고차 거래량은 346만8286대로 신차 시장의 두 배가 넘는 규모를 기록했다. 중고차 내수 거래량은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24일 첫돌을 맞은 안성경매장도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최초 매출 1조를 돌파한 kt렌탈의 중고차 사업 부문은 1861억(17.39%)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익은 전년대비 14.8% 늘었다. 주 사업인 렌탈차량을 일정기간 지난 후 안성경매장서 효과적으로 처분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1년간 출품된 차량대수는 총 2만4527대로 1만2803대가 낙찰돼 낙찰률 52%를 달성했다. 이날 출품된 자동차 900대 가운데 61%가 새 주인을 만났다.
안성경매장은 4만2371㎡ 규모의 부지와 1회당 1200대를 경매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갖춰, 우리나라 단일 중고차 경매장으로는 최다 규모다. 특히 안성경매장의 경우, kt금호렌터카의 법인차들이 주로 매물로 올라와 매매상들에게 인기 경매장으로 꼽힌다. 안성경매장의 회원사인 인진자동차 오동석 과장은 “타 중고차 경매장보다 LPG차, 법인차들이 대량으로 싸게 매물이 나와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라며 “차종, 성능 등 매물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잘 꾸려진 홈페이지가 kt렌탈 안성경매장만의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안성경매장은 요르단 등 중동지역 매매상을 위한 ‘기도실’을 마련한 세심함도 보였다. 엔저로 인해 중고차 수출시장이 얼어붙은 상태지만, 경매장옆 5평 남짓한 공간은 매주 30~40명씩 방문하는 중동지역 매매상인을 위한 작은 배려다.
안성경매장은 국내 중고차 경매장 중 최초로 온‧오프라인 동시 경매 참여를 실시한 것도 특징이다. 매물로 올라가는 자동차를 8대의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해 제공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성능 파악이 쉽다.
이 결과 초기 8%에 불과했던 온라인 경매참여율은 1년 후 49%까지 뛰었다. 박세일 중고차사업단 단장은 “온라인 실시간 경매는 편의성뿐 아니라, kt렌탈 오토옥션의 투명한 이력관리와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200여개 회원사의 신뢰를 얻게 됐다”며 "매분기 온라인 경매 참여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kt렌탈에서는 개인에게 경매 출품을 서비스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경매 참여는 중고차 매매업체 자격을 가진 kt렌탈 회원만 가능하다. 박 단장은 “중고차 거래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60%가 경매로 중고차 거래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거래비중은 3~4%에 그친다”며 “중고차 거래에서 경매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체계적인 성능 검사와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