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조작론이 또 다시 불거졌다. 중국이 지난 1분기 달성한 경제성장률 7%는 중국 정부가 천명한 '바오치'(保七·7% 성장률 유지) 공식에 끼워 맞춰진 의도된 조작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26일(현지시간) 이같은 관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달 15일 공개한 1분기 성장률 7%가 실제보다 높게 책정됐다고 입을 모은다.
WSJ는 "서방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실제 성장률 수치를 파악해보려는 노력이 수 년 째 계속돼 왔다"며 경제지표 조작설에 대한 근거는 여러 방면에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들을 고려할 때 중국의 경제성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급선회 국면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 통계당국의 GDP 산출에 있어서 어떻게 인플레이션 수치 등을 반영하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은 이같은 의심을 가중시킨다.
이와 관련해 WSJ는 앞서 '놀랍다! 미국이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제목의 기사에서 BNP 파리바의 리처드 일레이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을 인용, 달러로 환산한 중국의 1분기 명목 GDP는 3.5% 증가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4%에 달해 미국의 GDP가 중국보다 더욱 높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레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GDP 디플레이터를 낮춰 실질 GDP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국가의 종합적인 물가 상황을 반영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된다. GDP디플레이터가 줄어들면 실질 GDP는 늘어나는 셈이다.
GDP의 대체 평가기준으로 불리는 산업생산 지표와 GDP간의 현격한 차이도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산업생산 지표는 GDP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작하기 힘든 수치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 3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5.6% 성장하는 데 그쳐,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통계조작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근거 없는 억측" 등으로 일축해왔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이원화된 통계시스템과 데이터 수집 등으로 중국이 정확한 통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2010년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당시 랴오닝(遼寧)성 당서기였던 리커창(李克强) 현 중국 총리는 "중국의 GDP 지표는 '인공적 측면이 있어 믿기 어렵다"고 말해 이같은 외부의 의혹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지난 3월 9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2009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비공개회의 발언록 또한 연준(Fed) 이사들의 중국 통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여준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중국은 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수치를 알고 있는 등 수치작업의 민첩성에 늘 놀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