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불황을 겪은 증권업계서 몸값 높은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 대신 사원들을 상품 홍보 모델로 쓰는 문화가 굳어졌다.
이러타 보니 금융투자업계 내에서 이들 사원 모델을 발탁하는 홍보 임직원들 간에 은근한 신경전도 펼쳐진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사원 모델 대다수가 본사 소속 전문직 종사자다.
또 대신증권의 사원모델인 C주임은 회사의 정보기술(IT)시스템 관리 업무를 한다. 그는 여성 위주인 증권가 사원 모델 세계에서 청일점 격이다.
삼성증권의 금융상품 모델인 D대리는 강남 부촌인 도곡지점에서 고액 자산가를 담당하는 프라이빗뱅커(PB)다. D대리는 삼성증권 PB 중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이들만 되는 WM(웰스매니저)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발탁에서부터 관리까지 연예 매니지먼트사 역할을 해야 하는 홍보실 관계자들에게는 말 못할 고충도 적지 않다. 모델 선정 직원이 고사하면 그만이기도 하다. 적임자를 설득해 사진을 찍어보고 실물과 사진 속 이미지가 달라 중간에 탈락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원 모델에게 주어지는 별다른 혜택이 거의 없기도 하다. 한 증권사가 상품권 '석 장'을 준 것이 사원 모델에 대한 보상으로 최고였다.
사원 모델 문화가 정착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책임지는 증권사 홍보실 사이에서는 사원 모델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펼쳐진다.
지난 2012년 '김태희 사건'이 불을 지폈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이 파격적으로 톱 연예인 김태희를 모델로 기용하자 다른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사원 모델이 주류인증권업계에서 김태희가 광고모델로 나온 ELS는 '김태희 ELS'로 불리며 타 증권사의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불황이 심화하면서 증권업계 상품 광고 시장의 모델은 사원으로 하향 평준화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 내부에서는 사원 모델 관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다수 증권사가 보통 1∼2명의 사원 모델을 선정해 운영하지만, 삼성증권은 작년에 대대적인 사내 선발 대회를 열어 차장에서 사원급에 이르는 남녀 사원 5명의 풀을 구성했다. 여성 모델 위주의 천편일률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상품의 성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원 모델을 쓰겠다는 취지다.
대신증권도 작년 하반기부터 남성은 사내 모델을 쓰고, 여성 모델은 직업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