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수퍼마켓은 이들 유통 하이에나에 짓밟혀 고사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이들을 제지할 방법은 거의 없다. 그저 여론에 호소하는 길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나마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마저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림으로써 효력을 잃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뿌리경제를 무너뜨리는 주범인 유통 공룡들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기여는커녕 가뜩이나 영세한 지역 자본 역외유출의 ‘빨대’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수년 전 이마트전주점의 ‘현지법인화’ 문제가 뜨겁게 공론화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트 전주점의 경우 매년 1,000억여원 대로 추산되는 천문학적인 매출이 고스란히 서울로 유입되다시피 한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방 입점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이들을 현지법인화시켜 지방 경제라도 살리자는 것이었지만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페이퍼코리아 군산공장 전경[자료사진]
최근 들어서는 전북 군산 조촌동에 있는 페이퍼코리아 공장 부지에 도심형 대형 아웃렛 입점이 추진되면서 지역상공인들이 생존권 사수 투쟁을 벌이고 있다. 페이퍼코리아는 지난 13일 롯데쇼핑과 공장부지 가운데 일부인 2만583㎡에 대한 매매계약을 280억 여원에 체결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군산지역 상공인들은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 반발에 나섰다. 페이퍼코리아 측은 “군산시와 함께 수년간 협의해 가며 추진해 온 사업이고, 동군산 발전을 위해서는 대형 쇼핑시설 입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토종 상공인들에게는 염장을 지르는 얘기나 다름없다.
복태만 군산시상인연합회장은 충남 부여에 아울렛 매장이 문을 열면서 근처 공주시 상권이 초토화됐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군산에 대형 아울렛이 들어서면 지역 상권은 직격탄을 맞을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인구 30만 명도 안 되는 군산에 기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이어 대형 아울렛마저 들어선다면 골목상권은 죽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군산상인연합회와 군산마트연합회 등 군산시내 10개 상인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입점을 막아낼 것”이라며 “군산시가 욕심을 부려 대형 아울렛을 유치해 소상인의 생계를 짓밟으려 하고 있다”고 집단 성토했다.

군산시내 상인단체들이 페이퍼코리아 공장 부지 아울렛 입점을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이들은 “아울렛 입점 부지를 다른 대안부지로 활용하거나 군산상인연합회에 매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페이퍼코리아와 롯데, 지역 상인연합회 측과 협의해 상생의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최근에는 또 김제시 용지면에 대규모 복합물류단지가 조성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상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김제시소상공인협회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코웰패션이 용지면 부교리 일대에 복합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제안서를 김제시에 제출해 현재 타당성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대형 아울렛(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지역경제는 물론 전북 전체 상권을 초토화 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김제지역 경제활동 인구 중 소상공 종사자의 비중이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아울렛 입점이 현실화될 경우 도심은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공인들은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홈플러스를 비롯해 대형마트 입점으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과 소상공인의 몰락을 직접 경험했다"며 김제시에 제안서 반려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김제시의회는 지난달 16일 '대형 아울렛(쇼핑몰) 입점반대 성명서'를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코웰패션의 아울렛 조성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대형 쇼핑몰도 지역 상공인들과 정치권 등이 '지역상권 붕괴'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데다 전북도와 전주시 간 이견으로 보류상태에 있다.
전주시는 지난 2012년 12월 롯데쇼핑과 '기부대 양여' 방식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롯데쇼핑이 경기장 터를 넘겨받아 절반 정도(6만3786㎡)에 쇼핑몰·영화관·백화점·영화관을 짓고, 200실 규모의 호텔을 지어 20년 후 시에 기부체납을 하기로 한 협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