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1포인트(0.15%) 오른 2146.71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이날 2120선까지 후퇴한 채 출발했으나,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까지 매수에 나서면서 대외 악재에 대한 우려를 이겨냈다. 중국ㆍ일본 증시까지 각각 1.64%, 0.10% 내렸지만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서 제안한 구제금융 상환연기 요구를 거부했다는 소식이 주요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거나 유로존에서 탈퇴(그렉시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17일 하루에만 각각 1.54%, 1.52% 내렸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큰 파장을 몰고 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0.86% 하락한 채 출발했다가, 결국 0.01% 오른 706.96으로 마감했다. 과열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개인이 매수를 늘리면서 지수를 되올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오를 때도 유독 우리만 소외됐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심리는 뚜렷하게 살아났다. 그리스 문제를 비롯한 대외 악재가 앞으로 조정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진행 중이고, 재무장관 회담도 다음 달 초까지 예정된 만큼 일단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큰 위기를 초래할 이슈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디폴트까지 간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그렇지만 2008년이나 2011년 위기 때에 견줄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돼도 그 위기가 다른 남유럽 재정취약국이나 서유럽으로 확산될 위험은 낮아 보인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유로존 체제 붕괴를 우려해야 할 만큼 체제적인 위험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그리스 리스크를 기회로 보는 의견도 있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그리스와 유로존 이슈가 동일시되지 않고 있다"며 "유럽 관련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도 과거에 비해 그리스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그리스 문제가 확대되더라도 외국인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