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SK C&C와 SK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53%, 1.14% 하락한 23만1500원, 17만4000원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2140선을 지킨 점을 감안하면 약세가 더 두드러졌다.
SK C&C는 이날 SK를 1대 0.74 비율로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기준일은 오는 8월 1일이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C&C 지분은 이 비율대로 합병을 마치면 32.92%에서 23.2%로 줄어들지만, 여전히 최다 출자자로서 경영권을 유지한다.
정보기술(IT) 회사인 SK C&C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이용한 일감 몰아주기뿐 아니라 지주 SK를 자회사로 둔 '옥상옥' 구조로도 논란을 낳아 왔다. 두 회사는 이런 이유로 꾸준히 합병설에 노출돼 왔고, 결국 이번에 구체화했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에비타(Evita) 기준으로 SK와 SK C&C는 해마다 각각 약 1조원, 30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런 실탄은 신사업 추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 C&C가 많은 현금을 가진 SK를 흡수합병함에 따라 더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원적이던 지배구조도 단순화돼 경영투명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SK C&C는 SK에서 가지고 있는 현금자산을 투자에 이용할 수 있고, 이는 플러스(+) 요인이지 마이너스(-) 요인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했다.
주가 고평가 부담도 덜 전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SK C&C는 합병 이후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1배로 떨어질 것"이라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SK C&C를 보면 PER과 PBR이 각각 24.1배, 3.4배에 달했다. 이에 비해 SK는 더 나은 현금창출력에도 PER, PBR이 각각 7.9배, 0.5배에 그쳤다.
합병에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SK C&C는 오너 프리미엄 덕에 높은 주가를 유지해 왔다"며 "이벤트가 소멸된 만큼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내주 초 SK C&C가 내놓을 실적이나 배당규모, 신사업 계획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지켜본 후에야 전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