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치명타' 이완구 총리, 대통령 순방후 거취 정리 수순 밟을 듯

2015-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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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귀국후 검토"에 문창극 이완구 "사퇴불가" 고수 비슷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가 지난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완종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출국 직전인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독대' 형식으로 40분간 긴급 회동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남미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27일쯤 이 총리의 거취문제에 대해 사퇴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 도중 비가 오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비옷을 입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김 대표도 국회 집무실에서 한 언론 브리핑에서 '당내 이 총리 사퇴 목소리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여러 주장에 대해 모두 말씀을 드렸다"고 답변, 당내에서 확산하는 이 총리 자진 사퇴론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또 회동에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번 일을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뿌리 뽑는 정치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단독회동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있었던 일로 대단히 이례적이며 그만큼 청와대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총리는 성 전 회장 문제와 관련해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인데다 이 총리의 해명과 달리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한 2013년 4월4일에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 독대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면서 여권 지지층의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난 16일 회동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이 총리의 사퇴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기류가 보이는 것도 이런 차원으로 분석된다.

실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 이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당내 인사들에게 "사실상 사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19일 이 총리 거취와 관련, "사실상 사퇴 수순으로 간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 [사진=청와대]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총리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국정을 통할하는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총리 거취와 관련해 "대통령이 총리에게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이 총리에게 공이 넘어간 만큼 이 총리의 대응과 여론 동향, 검찰 수사 등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이 총리에 대한 의혹은 물론 의혹에 대응하는 이 총리의 모습으로 여론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순방 귀국 후 이 총리를 과연 재신임할 수 있겠느냐다.

이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선택은 재신임보다는 자진사퇴 권유 내지 해임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이럴 경우 지난해 6월 문창극 총리 후보자 때와 비슷하게 상황이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은 지난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 모습. [아주경제DB]


현역 총리와 총리 후보자라는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의혹 또는 논란이 제기된 이후 박 대통령이 대응한 방식과 두 사람의 태도에 흡사한 부분이 많다.

문 후보자가 친일사관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자 당시 중앙아시아 순방(6월16~21일) 중이었던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 재가 문제에 대해 "귀국해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 후보자가 사퇴 거부 의사를 보이면서 실제 사퇴는 박 대통령의 귀국 3일 뒤인 24일 이뤄졌다.

이 총리 역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논란에도 국정 수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문 후보자와 달리 이 총리는 사실 관계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 수사 등에서 이 총리 관련 의혹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의 순방 귀국 전이라도 이 총리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순방지에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국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토대로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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