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뮌헨 근교에 다하우(Dachau)라는 조그만 마을에는 나치 시대의 포로수용소를 복원해서 관리하는 박물관이 있다.
다하우 포로수용소는 독일인들이 포로를 고문하며 쓰던 도구들을 전시, 나치의 등장과 유대인 학살의 실상을 사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전시관에 걸린 초지 산타야나의 문구는 '인류가 저지른 만행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비극의 역사에 경종을 울린다.
참사 1년 만에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배상·보상금 기준이 확정되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긴급 복지, 심리상담 지원 등 8개 지원사항에 대한 추진계획도 이달 의결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월호를 그만 잊자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전히 거리에 앉아 있다. 그들의 시간은 지난 해 4월 16일에 멈춰 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는 세월호 참사는 절대로 끝난 게 아니다.
유가족들은 참사 원인과 진상 규명, 선체인양과 실종자 수색이 희생자 배·보상 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 정도로 치부하려 한다"며 세월호 참사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주도하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즉각 폐기하고, 제대로된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사회가 배보상 심의위원회와 지원추모 심의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추후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석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해수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이 업무 전반을 공무원이 관리토록 해 특조를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며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진상규명 활동은 아예 착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진상파악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 120명을 일방적으로 30명을 줄여 90명으로 하고 시행령 입법예고 또한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가 서둘러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기준을 언론에 흘려 '물타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족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희생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참사의 책임이 있는 선원과 해경들에 대한 형사사건이 이제 막 2심 재판을 시작한 단계인데 배·보상 문제를 확정 짓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유족 일각에서는 "숨진 아이들의 미래를 일용노동자 수준인 단순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토로하고 있기도 하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기다림의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에는 아직도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실종자 9명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단원고 실종 학생인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3일 동안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304명 희생자들의 고귀한 눈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는 이젠 울고 싶어도 눈물이 말라 가슴이 탄다"고 눈물을 삼켰다.
전명선 4.16 세월호 가족대책협의회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일 먼저 반성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해야할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우리들을 폄하하고 있으며, 한국사회의 갈등그룹으로 낙인찍고 가족들을 분열시키려고 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이라면서 "세월호 인양은 단순히 배 한 척을 인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사랑, 미래를 인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