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양철북’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 사망

2015-04-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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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사진=CNN 방송화면 캡쳐]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노벨문학상(1999년) 수상가이자 독일의 세계적 작가 귄터 그라스가 향년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3일(현지시간) 귄터 그라스 재단은 그가 독일 북부 도시 뤼베크에 있는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라스는 1959년 발표한 그의 첫 장편소설 ‘양철북’으로 단숨에 독일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으로 게오르크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에는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 ‘양철북’은 후에 영화로도 제작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양철북’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자서전적 작품. 비정상적인 난쟁이의 눈에 비친 정상인들의 세계가 더욱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전쟁과 전후 시대 독일의 현실을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그는 ‘개들의 시절’(1963) ‘국부마취’(1969) ‘넙치’(1977)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독일과 유럽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를 굳혔다.

그라스는 독일의 양심을 대표하는 비판적 작가로도 유명했다. 정치적 행동과 사회적 발언을 피하지 않았다. 1960년 독일 사회민주당에 들어가 핵무기 반대를 외쳤고, 빌리 브란트 총리의 재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끄는가 하면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 소속 헬무트 콜의 낙선운동에도 나섰다.

그는 또 독일 국민들을 상대로 나치 역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을 되풀이해서 강조해 왔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전쟁에 반대하고, 2012년 이스라엘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시를 발표하는 등 국제적인 반전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지금은 폴란드 그다니스크로 불리는 단치히에서 1927년 태어난 그는 독일계와 슬라브계 부모 가정에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17세 고등학교 시절 나치군(나치 친위대·Waffen SS)에 들어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는 독일이 자랑하는 문학계 지성으로서 독일 국민들에게 나치 역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을 앞장서 촉구해온 그였기 때문에 그의 나치 이력은 비난 여론을 사는 등 논란이 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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