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된 지 72일 만에 열린 '박상옥 청문회'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최대 쟁점이었다. 국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7일 박 후보자가 사건의 진상을 축소·은폐하는 데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고문 경찰관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당시 말석 검사였던 점을 내세워 수사를 주도할 권한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가 도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부각, 박 후보자를 감쌌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1차 수사 때 건장한 체격인 박종철 군을 둘이서 물고문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심해 더 팠어야 하는데 파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의 관계기관대책회의에서는 안기부와 치안본부가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었다"며 관계기관대책회의 외압 탓에 제대로 수사할 수 없었는지 추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후보자가 말석 검사였다고 하지만 수사팀은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은폐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당장 사퇴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청문회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청문회'가 아니라 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대법관후보자로서 적격한가에 대한 청문회다. 그는 당시 3년밖에 안 된 검사였다"라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부장검사,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승진했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면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기피, 논문 표절, 위장전입 등 청문회 5종 세트에 해당되는 사항이 없을 정도로 하자를 찾기 어려운 분"이라며 박 후보자를 옹호했다.
민 의원은 이어 "당시 신창언 주임검사가 수사의 핵심사안을 결정하고, 이 사건의 책임 지는 책임검사라고 할 수 있다. 최종 책임은 주임검사에 있지 않은가"라며 박 후보자에게 부실 수사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앞서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박 후보자는 "검찰 수사로 사건의 진상이 모두 규명됐으나, 1987년 1차 수사에서 경찰의 조직적 축소·은폐를 다 밝히지 못한 점은 수사 검사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 의원이 "'송구스럽다'는 게 은폐를 인정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라고 질의하자 박 후보자는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를 간파하고 파헤쳐 조기에 진상규명을 했으면 유족을 포함한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지 않게 할 수 있었다"면서 "검사로서 능력이 부족해 그렇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