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판에 돌아온 김명곤(16년만) VS 노주현(40년만) '코믹-담백'

2015-04-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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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노주현 2인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아빠 철들이기'의 김명곤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노주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연극은 모든 연기자의 고향이다"

관록의 두 배우가 연극판으로 돌아왔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지낸 김명곤(63)과 TV안방극장 터줏대감 노주현(69)이다. 김명곤은 16년만에, 노주현은 40년만에 처음으로 무대에 선다.

"무대라는 것이 권투 링하고 비슷해서 잘못하면 나가떨어지죠. 승패는 알 수 없어요." 김명곤은 드라마 '각시탈', '왕의 얼굴', 영화 '광해', '명량' 등 최근 몇 년간 드라마와 영화에는 종종 출연했지만 무대에서는 1999년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매번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작품에 매달릴수록 확신이 들었다"는 노주현은 1976년 연극 ‘죄와 벌’ ‘이어도’ 등을 끝으로 TV 드라마에 전념해 왔다.

두 배우는 "배우들은 항상 연극 무대를 동경한다"며 "고향에 돌아온 것 처럼 설레고 떨린다"고 했다. 김명곤은 심청이의 철부지 아버지 '심학규'역으로, 노주현은 죽음을 앞둔 노 교수를 맡았다. 말 장난과 유머로 가벼워진 연극판은 두 배우덕에 오랜만에 진중한 무게감을 전한다.

연극은 좁은 공간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초심으로 돌아볼수 있어 좋다'는 두 배우의 신명에 '연극이 무엇인지'를 느껴볼수 있는 기회다.
 

[아빠 철들이기(심봉사 김명곤,심청_장서윤 외)]


■김명곤의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국립극장 19일까지)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는 고대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코믹한 풍자극이다. 판소리 등 노래와 동서양의 악기, 춤으로 풀어낸다.  

사고뭉치 철없는 아버지로 무대에 선 김명곤은 "욕망에 눈이 멀어 문제를 일으키는 아버지"지만 알고보면 '슬픈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주로 카리스마 넘치고 선 굵은 연기를 펼치던 김명곤은 이 무대에서 사정없이 망가지며 무대를 쥐락펴락한다.  극 전반에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실 세태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비판이 담겨있다.

심 봉사는 돈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뒤처진 아버지다. 그는 딸을 잃어버리고 난 뒤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김명곤은 "결국, 눈뜬장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욕망에 눈이 멀고, 돈에 눈이 먼 눈뜬장님들 말이다. 이 작품으로 관객들이 잊어버린 것들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버지들은 가족에게 소외되고, 대화할 줄도 모르고, 나가서 돈만 버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가족과 함께 어울려야 하는 시대가 됐잖아요."

 ㈜선아트컴퍼니의 '아버지 프로젝트' 2번째 작품으로 오는 19일까지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한편, 김명곤은 심봉사에 이어 또다른 무대에서 상반된 모습의 아버지 역할을 소화한다. 오는 5월1일 재공연하는 연극 '아버지'다. 그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2012년 처음 올린 작품이다. 해고당한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 백수 아들에게 보험금을 물려주고 죽어가는 비극을 그린다. 티켓 3만5000원~4만5000원.070-7730-0406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노주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예술의전당 19일까지)

노주현은 “모처럼 연극무대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오민석과 2인극에 도전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하면서 "모리의 대사처럼 죽음은 목숨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 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잘 나가지만 삶에 좇기듯 사는 스포츠 기자 미치와 임종을 앞둔 그의 스승인 사회학자 모리 슈워츠(1916~1995)가 나누는 이야기다.

 노주현은 "모리는 나이가 들어가는 배우로서 정말 간직할 만한 캐릭터”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모리는 늘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랑스런 모습이다. 노씨와도 닮았다. “그동안은 맡을 수 있는 연령대가 애매해 연극을 하지 못했어요. 모리 역할 역시 선배 배우에게 더 어울릴지 모르지만 저만의 장점을 살려 모리의 다정함을 좀 더 위트 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교수 역을 맡은 그는 제 옷을 입은 것처럼 감정선을 제대로 살려낸다. 내면엔 외로움과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인물을 잘 소화해낸다. 루게릭병으로 점점 몸이 굳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평소 좋아했던 달걀 샐러드를 먹다가 갑자기 감정에 북받쳐 울기도 하고, 제닛이 부른 재즈음악(The very thought of you)을 들으며 굵은 눈물을 떨구기도 한다.

‘선생은 있고 스승은 없다’는 요즘, 모리라는 인물을 통해 스승의 제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만 한다, 아니면 죽음 뿐”등 숨막히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주는 화해과 성찰의 메세지로 가득하다. 극 속에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풍부한 재즈 피아노 선율도 감정을 자극한다. 티켓 3만5000~5만원.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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