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제동부터 형제의 난 승소까지… 박삼구 회장 금호 재건 ‘희비’ 교차

2015-04-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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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금호산업 인수 주춤, 금호타이어 경영권 승계도 무산

그룹 계열분리 싸움서 이겨 경영권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한 박삼구 회장의 행보가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박삼구 회장은 금호고속을 필두로 한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까지 계열사 인수 절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영권 승계 작업도 채권단의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혀 한차례 무산됐다.

반면 ‘형제의 난’으로 불린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분리 소송에서 이겨 그룹 경영권을 확인 받았다. 그룹 재건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박삼구 회장이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반전의 계기를 찾을지 관심이 모인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지난 5일 금호석유화학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계열제외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찬구 회장은 2011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 등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서 제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박삼구 회장이 2010년 금호산업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후 경영 지배권을 상실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박삼구 회장이 채권금융기관의 위임에 따라 금호산업 등의 일상적 경영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고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각각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를 나눠 맡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간 경영권 다툼 연장선으로 여겨졌다. 대법원이 서울고법의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그룹이 뿔뿔이 흩어진 후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재인수를 통한 그룹의 재건을 목표로 삼고 있다. 첫걸음으로 지난달 9일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키로 했다. 그룹의 모태로 불리는 금호고속을 먼저 인수하고 이달 본입찰 예정인 금호산업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박삼구 회장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채권단이 금호고속 인수 주체에 금호산업을 제외하라고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인 금호산업에서 금호고속 인수를 위한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면 흥행 측면에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금호산업 M&A 흥행을 노리는 채권단과 최대한 출혈을 줄이려는 박삼구 회장간 이해가 상충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워크아웃 졸업 후 이르면 하반기 매각이 예상되는 금호타이어는 경영권 승계가 제동이 걸렸다. 금호타이어 이사회는 지난달 31일 박삼구 회장 장남인 박세창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이 주주협의회에서 사전 동의 없이 처리된 안건이라고 반대 입장을 나타내 사흘만인 이달 3일 박세창 대표이사 선임을 철회키로 했다. 박삼구·세창 부자가 대표이사에 오를 경우 경영권을 확보해 향후 매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채권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채권단의 적극 개입으로 그룹 재건 방안을 고심하던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희소식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룹 경영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계열사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 시 한층 더 유리해지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현재 금호고속의 매각가는 4000억원 가량이고 금호산업의 경우 1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돼 박삼구 회장의 자금 동원력이 요구되고 있다. 동원 가능한 자금이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박삼구 회장은 자금 조달 계획을 일절 알리지 않은채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매입 시 도움을 준 군인공제회나 매제인 임창욱 명예회장의 대상그룹 등을 우호적 투자자로 분류하고 있다. 다른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을 잡고 경영권 유지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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