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예멘에서 아랍군과 시아파 반군 후티 교전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후티의 한 고위 관계자가 “연합군이 공습을 멈추면 평화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고문이었다가 후티 일원이 된 살레 알 사마드는 로이터 통신에 “공습 중단이 우리의 유일한 조건”이라며 “(조건이 충족되면) 일정 시간 내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마드는 “예멘 국민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집단은 누구라도 협상을 감독할 수 있다”면서도 그 집단이 누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후티는 협상 과정을 예멘 전역에 방송해 누가 평화를 방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길 원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유엔이 하디 대통령과 후티 반군의 휴전 협상을 중재했으나 실패했으며 러시아와 국제적십자가(ICRC)가 4일 수니파 아랍국가들이 공습을 진행 중인 예멘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일시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후티는 러시아와 적십자가 휴전 제안을 내놓은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른 반정부 민병대와 함께 탱크를 앞세워 남부 아덴주의 무알라 거주지역에 포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다수가 사망했다고 아랍권 위성매체 알아라비야가 5일 전했다. 한 지방관리에 따르면 후티는 무알라 지역 중심부까지 진격해 지방정부 청사까지 장악했다. 하디 예멘 대통령의 민병대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저격수들이 아덴 소재 청사 건물의 지붕 위에서 민간인이든 민병대 군인이든 가리지 않고 거리를 지나는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이틀 동안 식수와 전기도 차단됐다. 현지 주민 무함마드 파라아는 “삶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며 “여기에서 전기와 물 없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수니파 연합군의 공습도 계속됐다. 사우디 주도의 전투기들이 이날 밤 수도 사나에 있는 후티 연계 세력의 근거지를 포함해 사우디와 예멘 국경 지대에서도 공습을 진행했다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유엔은 지난 2일을 기준으로 2주째 지속한 공습으로 예멘에서 519명이 숨지고 170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첫 미국인 희생자도 나왔다. CNN은 예멘에 있던 미국 시민 자말 알 라바니(45)가 지난주 아덴에서 포탄 파편에 맞아 사망했다고 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