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운·문지훈 기자 = # 지난해 OO캐피탈에서 800만원을 빌린 김모씨는 최근 바꿔드림론을 신청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대출 후 6개월이 지나면 2금융권의 20% 이상 고금리를 10% 가량의 저금리로 전환해 준다는 광고를 듣고서다. 하지만 김씨는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만 받았다.
19.9%의 대출 상품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차라리 0.1%를 높게 받았으면, 6개월 후 10% 가량의 이자를 줄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 3년간 계속해 20%대의 고금리와 마찬가지인 19.9%의 이자를 내야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다양한 서민금융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서민들의 볼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은 서민금융 정책의 혜택은커녕, 계속해 고금리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졸속 행정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충은 어제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수년전부터 정부가 다양하게 내놓은 서민금융 정책은 부작용을 낳으며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연체자 구제 ‘국민행복기금’…결국 또 연체자로 전락
2년전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했다. 가계 부채를 줄이고, 고금리와 연체로 고충을 받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함이다.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통계를 보면 18만5000명이 신청해 18만명이 채무조정 혜택을 받았으며, 금액적으로 전체 조정 전 원금규모는 1조9099억원, 조정된 금액은 9189억원으로 1인당 1063만원의 원금이 511만원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채무를 조정받은 사람이 또다시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무조정을 받은 인원 중 6.9%가 또다시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했으며, 이중 75%는 연소득 4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이었다.
서민 구제의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본래 취지와 다르게 국민행복기금이 새로운 채무 불이행자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채무 전환 ‘바꿔드림론’…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
20% 이상의 2금융권 고금리 채무를 10% 이하의 1금융권 대출로 전환시켜주는 바꿔드림론은 자산관리공사에서 내놓고 있다. 고금리 채무에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정부가 수년째 선보이고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채무 전환이 계속해 이뤄줘 수익 악화가 계속되자, 2금융권은 지난해부터 10% 후반에서 20% 초반 금리의 중금리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러면서 신용등급이 다소 양호한 신청자에게는 19%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바꿔드림론을 통해 전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로인해 2금융권에서 대출 후 6개월이 경과해도, 바꿔드림론을 신청하지 못하고 20%대 고금리 못지 않은 19%대의 이자를 수년씩 납입해야 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지원대상 넓은 햇살론, 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등과 중복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나 신용등급 6~10등급인 서민에게 사업운영자금(최고 2000만원), 생계자금(최고 1000만원), 창업자금(최고 5000만원)을 지원한다. 금리는 지난 2월 현재 상호금융권에서 최고 연 8.07%, 저축은행에서 최고 9.63%로 적용된다.
하지만 햇살론 혜택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신용등급이 높아도 연소득에 따라 햇살론 지원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햇살론은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지원받을 수 있으며 4000만원 이하일 경우 6~10등급에게만 지원된다. 신용등급 5등급인 대출자가 연소득 4000만원을 초과하면 햇살론을 지원받을 수 없다.
이들의 경우 은행권 대출을 받기도 애매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주담대 저금리 전환 '안심전환대출'…형평성 논란
정부가 지난 3월 24일 선보인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전환해주는 상품이다. 당초 4개월 간 매월 5조원씩 총 20조원을 한도로 판매하려 했으나 출시 첫주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출시 4영업일만에 실적이 연간 한도에 육박했다.
이에 정부가 20조원을 추가 증액해 2차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안심전환대출을 놓고 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고정금리 또는 제2금융권 대출자는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를 강조해온 정부 방침에 따라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지 못해, 비교적 더 많은 이자를 내는 셈이다.
이같은 불만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이들에 대한 기존 지원책을 확대하거나 새 상품을 출시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원대상 구분 없애고 새로운 상환능력평가 모델 만들어야"
금융권에서는 각각의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지원대상 설정 폐지를 꼽는다. 금융위가 햇살론을 중심으로 한 서민금융상품 재편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향후에도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각지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원대상을 없애고 새로운 상환능력평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고소득, 고신용자가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것을 우려해 지원대상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신용등급이나 소득을 기준으로 서민금융 지원대상을 나눌 것이 아니라 총부채상환비율(DTI)처럼 가이드라인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지원대상 설정으로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라며 "고소득·고신용자의 경우 시중은행에서도 저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제2금융권 등에서 대출을 받을리 없기 때문에 지원대상 설정을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