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이 3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경기회복의 뚜렷한 개선세도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은 이후 올해 1월 0.8%, 2월 0.5%로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담뱃값을 2000원 올린 데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에 이어 사실상 두 달째 마이너스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현재 물가는 저유가 등 공급 측 요인 때문이고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도 아니다"라며 "경제부총리가 저물가가 장기화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 역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2%대라는 점을 들어 "석유류의 하락으로 총지수가 하락했지만 근원지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라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역시 2.3% 상승하며 3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의 감소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같은 날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9억88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2% 감소했다. 1월 0.4%, 2월 3.4% 줄어든 데 이어 석 달 연속 감소세다.
특히 수출의 부진에도 3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83억92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다.
경기가 좋지 않아 수입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입은 지난 1월과 2월 모두 두자릿수 이상의 감소세를 보였다.
경기개선세도 뚜렷하지 않다.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5% 증가했고 광공업 생산(2.6%), 서비스업 생산(1.6%) 등 주요 산업 생산이 늘었다. 또한 소매판매(2.8%), 설비투자(3.6%) 등 소비와 투자 지표도 일제히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설 명절 효과 등 특수 요인의 영향이 커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설 연휴 등 계절 효과와 기저 효과를 생각하면 산업활동동향 결과가 좋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며 "저물가 등까지 고려하면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