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병진 기자= "물 관련 민원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구·경북 세계 물 포럼을 연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고 갈 노릇입니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60여 가구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주민들, "국가산단 내 중앙119구조본부 이전 등이 원인"…"국가산단 조성 공사 중 관로 파손됐을 수도"
1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수리2, 3리 주민들에 따르면 평소 물 걱정 없이 살아오던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지난해 1월께로, 인근에 대구국가산업단지 조성 공사 때부터 갑자기 원활한 물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수돗물이 어느 정도 나오는 날은 녹물과 흙탕물이 나왔으며, 이마저도 대구국가산업단지 내에 중앙119구조본부가 들어서고 인접한 마을에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이 문을 열고부터는 아침 및 저녁시간대는 아예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특히 한여름철에 샤워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밥조차 제대로 해 먹지 못해 고통이 극심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본지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평균 연령 65세 이상인 이 지역 농민 대부분이 물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주민 A씨는 "지난겨울 물이 없어 보일러도 돌리지 못했다"며 "지금도 노모가 온몸으로 추위를 견뎌낸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세계 물 포럼을 개최하는 지역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은 농촌지역의 선량한 농민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로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H·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뒤늦은 대책 마련 '호들갑'
이번 물 파문과 관련, 대구국가산업단지를 조성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국가산단사업단과 물을 관리하고 있는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달성사업소는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가 지역 여론이 험악하게 돌아가자 뒤늦게 대책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LH 대구국가산단사업단과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달성사업소는 긴급 모임을 갖고 "마을 주민들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만큼, 새로운 관로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이달 중순께부터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새로운 관로 개설에 따른 주민들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달성사업소 관계자는 "이번 물 민원 발생 원인은 기존 주민들이 사용하던 관로에 중앙119구조본부와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이 함께 사용하다 보니 수압이 약해진 것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 새로운 관로 개설을 통해 지역민들의 불편을 완전히 해소시키겠다"며 "공사 기간이 3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주민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LH 대구국가산단사업단 관계자는 "상당부분 비용을 LH가 부담하는 등 200mm의 신규 관로를 매설키로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와 합의했다"며 "공사는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시행한다. 이미 관정 등 자재 발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