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31일 수능 개선안과 2016학년도 수능 세부계획을 발표하고 일반적으로 해석본 암기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대의파악과 세부정보(세부사항)를 묻는 문항의 경우는 EBS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EBS와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 등을 활용하되 단어‧문장 등이 쉬운 지문을 출제해 학생들이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용기 교육과정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수능 영어 읽기 28문항 중 대의파악과 세부정보의 EBS 연계 지문을 한글해석본으로 공부한다는 지적이 있어 주제나 소재가 비슷한 다른 지문을 이용해 연계하겠다는 뜻”이라며 “EBS 교재에 온실효과의 원인이라는 글이 있다면 이 지문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온실효과와 유사한 지문을 활용해 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대의파악 세부정보 유형의 유사 지문 활용 문항들은 원래 어렵지 않고 정답률이 높은 평이한 문항으로 기본 어휘 중심의 복잡하지 않은 문장들로 출제하겠다”며 “유사 지문을 활용해도 어렵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수능개선위가 시안을 발표한 공청회에서는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문항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2안이 어떤 문항이 연계에서 배제될지 불투명해 심적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확정된 3안은 연계 취지를 살리면서 문항 유형에 따라 연계를 차등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방안이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을 통한 안정화와 함께 학교 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하고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확정안에서는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올해 수능도 전년과 같은 출제기조를 유지한다며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출제해 학생들이 과도한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학년도 수능 수학B 영역에서 만점자가 4.3%에 달하며 변별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감안해 시안에서 응시생 사전 분석을 강화하고 적절한 변별력을 줘 과도한 만점자가 나오지 않겠다고 했던 난이도 안정화 방안은 빠지고 원칙적인 교육과정을 다시 강조한 수준으로 선회했다.
시안에서 밝혔던 난이도 안정화 방안이 사실상 선언적인 대책으로 출제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이뤄줘야 하는 과정이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변별력과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오해를 부르기만 한 것으로 교육부는 판단하고 제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시안 발표 후 어렵게 출제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난이도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교육부는 기존 출제기조대로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말했다.
조용기 본부장은 “2015학년도 수학 만점이 많이 나왔는데 영어 절대평가로 인한 풍선효과와 수포자 방지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고 이번 수능개선안 확정안에서 기존 기조를 유지한 것도 불필요한 학습부담을 줄이고 사교육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정책의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능문항의 70%가 연계되는 EBS 교재의 집필과 검토 기간은 연장하고 기존에 교사만 참여하던 집필진에는 교수가 참여하도록 해 교재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연계교재 목록 확정은 수능 시행일 1년 6개월전에서 2년전으로, 교재 제작기간은 8개월에서 1년2개월로 늘린다.
검토‧감수과정도 개선해 평가원 검토기간은 5주에서 6주로 확대하고 총 3차의 검토 중 2차는 평가원과 함께 외부전문가가 검토하기로 했다.
감수위원의 수도 1책당 1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전재택감수도 도입하기로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EBS 교재의 오류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전문가 확인 등을 거쳐 검증하고 오류로 인정돼 교재 내용이 정정되는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에 보다 충실하게 안내할 예정이다.
개선안에는 당초 시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안됐던 출제진의 인적구성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출제위원 중 특정대학 출신자 비율(교사+교수)은 현행 50% 이내에서 2018학년도까지 평균 20% 이하가 되도록 개선하기로 하고 현재 출제진 중 약 40.5%를 차지하는 교사 비율(검토진을 포함할 경우 교사 참여비율은 약 60%)도 영역별 특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완성도 높은 문항을 출제하기 위한 우수한 출제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실전에 준하는 연수를 통해 예비 출제인력풀을 확대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출제진의 부담이 컸던 탐구영역 등의 출제기간과 인원도 개선위원회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사탐, 과탐은 각각 18일, 19일, 직탐, 제2외국어/한문은 17일로 2일씩 늘리고 사탐, 과탐의 과목별 출제인원은 현재 4~5명에서 5~6명으로 확대한다.
외부송신 제한 등 철저한 보안을 전제로 한 인터넷 직접검색 등을 통해서는 출제진이 출제 근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문항이나 정답의 오류가능성 여부를 출제진과 분리된 검토위원단이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출제위원장급의 교수로 검토위원장을 임명하고 이전에는 교사로만 구성된 검토진에 교수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검토위원장 주관으로 검토과정 운영을 강화해 고교교육과정 적합성, 기출문제 중복 여부 등을 다각도로 점검하기로 했다.
검토위원장 주관의 문항점검위원회도 별도로 신설해 문항의 오류가능성을 집중 점검하고 문제가 제기된 문항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는 배제하기로 했다.
수능 시행 후 문항오류 여부를 결정하는 이의심사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를 절반 이상 참여시키고 수능분석위원회를 통해 시험시행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사후점검을 실시해 수능 운영의 책무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번에 발표한 수능 개선대책이 2014학년도와 2015학년도 수능에서 발생한 문항오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단기대책이라며 시안 발표 후 제기된 의견들 중 수능의 성격 및 위상과 관련해 보다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들은 향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수능 개선대책은 평가원이 발표하는 2016학년도 수능 시행기본계획에 반영돼 올해부터 적용하고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에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모의평가 운영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사항을 보완해 11월 시행되는 수능시험에 적용할 계획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의파악, 세부정보는 난이도가 그다지 높게 출제되지 않았던 관계로 EBS 지문에서 변형된다 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고 전반적으로 전년도 수능 출제 난이도를 출제하는 기조라면 올해도 사탐, 과탐 1~2 문제에 의해 수능 변별력이 나눠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탐구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하고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던 국어B형의 경우 다소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매우 쉽게 출제됐던 수학B형의 경우 다소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을 감안해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4.3%의 만점자 비율을 낳았던 수학B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지난해보다는 어렵게 출제될 것이나 ‘수포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교육정책에 따라 3월 모의고사 수준(만점자 비율 1.11%)정도를 유지하고 국어는 어렵게 출제됐던 작년 수능보다는 조금 쉽게 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어는 교육부 사교육 경감 정책에 따라 올해도 쉬운 출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어느 정도의 변별력을 갖춘 선에서 난이도가 조정될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