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박원순 법'이 시행 6개월을 맞았지만 미비한 법적 강제력과 '내 식구에 관대한 잦대'로 잡음이 크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불문하고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면 처벌하는 내용의 서울시 공직사회 혁신대책, 일명 '박원순 법'이 시행된 지 6개월째다.
이어 서울시 공무원 1933명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각각 '청렴도 개선 효과 기대' 82.3%, '시민 신뢰도 제고에 긍정적 영향 줄 것' 73.1% 응답률을 제시했다.
아울러 시민 신고 편의를 위한 '원순씨 핫라인'이 작년 9월 개설 뒤 공직비리 신고건수가 10배(38건→384건) 가량 크게 늘었고 중국 주요 도시들은 직접 찾아 벤치마킹했다고 알렸다.
그렇지만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보다 세다던 '박원순 법'은 첫 시험대를 치르지도 못하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처음 관문은 대표의 막말 및 성추행 논란을 겪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명훈 예술감독이었다. 서울시향이 내홍을 거치면서 정 감독의 각종 비위행위가 드러났다.
2006~2011년 정 감독의 매니저에게 연 2회 1매씩 지급되는 항공권(비즈니스석)을 가족이 탑승했고, 출연료는 자신의 법인에 기부하면서 본인이 사업자경비로 부적절하게 공제(손비처리) 받았다.
이런 내용들은 서울시 자체 감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확인, 정 감독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정작 고액의 연봉으로 올 연말까지 추가 1년 재계약을 마쳤다.
당시 서울시 측은 "정 감독의 부적절한 행위가 재계약을 못할 만큼의 중대하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내 식구 감싸기'란 비난이 거셌다.
또 업무와 관련해 작년 10월 업체로부터 30만원을 받은 세무직 공무원 A(56) 팀장의 처벌수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달 9일 A팀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잠정 연기됐다. 서울시 감사관이 중징계(해임이나 파면)를 인사위원회에 요청한 것과 별도로 감사원에서 별도 감사를 착수한 게 이유다.
A팀장은 '박원순 법' 시행 후 처음 비위가 적발된 사례였다. 시 감사관은 재차 감찰을 벌여 중징계를 건의했지만 상급기관의 일정에 가로막힌 것이다.
현재 '박원순 법'은 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이다. 그야말로 서울시에 소속된 현직 공무원에게만 들이댈 수 있는 기준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기관이나 상위 법령에 배치되는 경우 사실상 적용이 어렵다.
서울시 역시 이 같은 법적인 강제 규정이 모자란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의 재산과 직무와 연관성 관련 이해충돌심사는 '공직자윤리법'에 심사 근거가 없다. 즉 법적 강제력이 없는 실정이다.
퇴직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을 금지하는 조문도 공직자윤리법상 제한 내용과는 별개의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
김기영 서울시 감사관은 "향후 성과는 이어가되 정부에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건의해 제도 개선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직원들의 자발적이면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 박원순 법이 안착해가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