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전세난 심화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서울 지역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정부가 전·월세 거래량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에서 전용 60㎡ 미만 소형아파트의 평균 월셋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초구로, 가장 싼 도봉구의 2.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실제 거래되는 월세는 정부와 지자체의 조사보다 많다.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의 전·월세 거래량은 확정일자 신고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소액 전세나 전세보증금이 작은 고액 전세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15.4%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은 2013년 1월 20%를 돌파한 뒤 줄곧 20%대를 유지해왔으며 지난달 28.7%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한 지 한 달 만에 30%대에 진입했다.
3월 들어 서울 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급증한 것은 강남권 재건축 이주 등으로 연초 전셋값이 치솟고 전세물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월세 소진이 빨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달 기준금리가 1%대로 낮아진 것도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현상을 가속화시켰다.
강남구 대치동 O공인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세 보증금을 올려줄 돈이 부족하거나 마땅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결국 월세 매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에서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도심권으로, 종로구가 43.4%로 가장 높았고 중구가 42.9%로 뒤를 이었다. 이어 관악구가 39.5%로 뒤를 이었고 강남구(38.0%), 서초구(36.6%), 구로구(36.1%), 동작구(33.8%), 성동구(33.5%), 마포구(33.4%), 송파구(32.8%), 성북구(32.6%), 중랑구(32.0%) 등의 순이었다.
반면 금천구의 경우 월세 비중이 19.1%로 서울지역에서 가장 낮았고 양천구도 19.9%로 20%에 못미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월세 거래는 이사철 등 계절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월별로 등락이 있다"면서 "다만 전세난과 저금리,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등을 고려할 때 월세비중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아파트 가구당 월셋값 평균 79만원= 월세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시내 아파트 가구당 평균 월셋값은 79만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시내 소형아파트 2828가구를 조사한 결과 서초구의 월세가 136만원으로 최고였으며 이어 △중구 124만원 △성동구 119만원 △용산구 116만원 △송파구 104만원 △강남구 102만원 순이었다.
반면 도봉구 57만원, 노원구 61만원, 금천구 62만원, 중랑구 63만원 등은 월세가 60만원 안팎이었다. 월세가 가장 비싼 서초구와 가장 싼 도봉구의 가격차는 2.4배였다.
서울시내 소형아파트의 평균 월세 보증금은 가구당 4165만원으로 조사됐다. 동작구(7171만원)와 광진구(6758만원), 은평구(6394만원)는 월세 보증금이 가장 높았고 노원구(2420만원)와 강남구(2695만원), 도봉구(2717만원) 등은 3000만원을 밑돌며 보증금이 낮은 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소형 아파트의 보증금 대비 월세 비율은 평균 1.9%였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3.0%로 가장 높았고 영등포·서대문구는 이 비율이 1.1%씩에 그쳐 가장 낮았다.
함영진 센터장은 "서초구와 중구, 성동구 등 월세가 높은 지역은 월세수요가 많아 보증금 비율은 낮고 월세가 비싼 곳으로,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