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 여부로 수사의 방향을 돌렸다.
검찰은 이번 비자금 조성에 관해 실무를 맡은 상무급 임원들과 회사 수뇌부의 입을 여는 것이 수사의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도 비자금의 구체적 사용처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베트남법인장 출신의 박모(52) 전 상무를 지난 21일 밤 영장없이 긴급체포한 것은 회사 측의 말 맞추기를 방지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검찰은 일단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이 현지 발주처 상대 리베이트로 쓰이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비자금 규모와 조성과정을 파악했다면, 앞으로는 돈의 흐름과 비자금 조성의 주도자를 규명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40억원대 횡령 혐의가 적용된 박 전 상무를 구속해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는 게 관건이다.
한편 수사망은 곧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향할 전망이다.
정 전 부회장은 베트남 현지에서 비자금이 만들어진 2009∼2012년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박 전 상무 등의 직속상관이었다. 비자금 조성의 지시는 물론 여러가지 정황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그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준양(67) 전 회장과 임기를 같이하면서 그룹내 2인자로 인식됐다. 정 회장 취임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등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에서도 정 전 부회장이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정 전 부회장은 부실·특혜 인수합병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해외사업에 처남을 참여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인수합병의 최종 결정자는 정 전 회장이지만 정 전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정 전 부회장은 이번 그룹 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그룹 차원의 부실경영이라는 두 가지 축에서 모두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상무를 비롯한 임직원들을 상대로 진술을 정리한 뒤 다음주께 정 전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상무의 구속여부는 24일 밤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