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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내 은행들이 비대면거래 증가 및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직접 고객을 방문하는 현장영업(아웃도어세일즈·ODS)에 열을 올리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들은 현장영업을 위해 개인금융분야에 태블릿PC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현장영업을 위해 전용단말기를 중점적으로 사용해왔으나 부피가 일반 서류가방보다 큰 데다 무거워 최근에는 태블릿PC를 활용하는 추세다.
앞서 NH농협은행도 지난 1월부터 태블릿PC를 활용해 금융상품 상담 및 신규 가입이 가능한 'NH 태블릿 브랜치'를 시범운영 중이다. 예금거래 및 신용카드, 카드가맹점 신청서 등을 전자서식으로 작성할 수 있으며 계좌개설, 카드심사 등을 실시간 처리할 수 있다. 현재 17개 영업점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연내 200개 영업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장영업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태블릿PC를 최초로 도입한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 태블릿 브랜치를 도입, 운영 영업점을 5개에서 15개로 확대했다. 업무 범위는 예금과 전자금융 신청, 신용대출 약정 등으로 향후 담보대출·신용카드 신청 등으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기업금융분야에 현장영업 강화 조직을 신설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부터 기업고객을 직접 방문해 기업여신 신규 및 지원 등을 담당하는 아웃바운드 영업채널 'SBM(SOHO·SME Biz Manager)'을 도입했다.
상당수 은행들이 과거부터 기업고객을 직접 방문해 대출상담 및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고객전담역(RM)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신설한 영업채널이다.
이같은 은행들의 ODS 확대는 고객서비스 강화 차원이기도 하지만 비대면거래 증가에 따른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방식 변화이기도 하다. 조회 및 이체 등의 거래가 인터넷·스마트폰뱅킹으로 대체되면서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수가 줄어 연계영업 기회 역시 축소되자 직접 고객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점 통폐합 등으로 발생하는 인력을 ODS에 활용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접점채널 추가와 동시에 원활한 인력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은행의 현장영업 서비스가 수시 입출금 및 예·적금 개설, 카드 신규 가입, 대출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는 현재 인터넷뱅킹으로도 이용 가능한 수준이다. 펀드 등 비교적 신규가입 수요가 많은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를 담은 법안(방문판매법)이 국회 계류 중이어서 금융사들이 선뜻 판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의 직원이 금융투자상품을 방문판매할 경우 고객이 14일 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가입 후 14일 내 수익률 하락으로 고객이 상품가입을 해지할 경우 그에 따른 손실은 금융사가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2013년 4월 발의된 개정법안에는 소비자가 계약을 맺은 뒤 3일 이후부터 금융투자상품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되, 그 전에는 언제든 계약 취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 사업자들이 고객의 계약 철회에 따라 손해를 보는 일 없이 소비자 권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다. 방문판매법이 개정될 경우 고객을 직접 만나 펀드상품도 판매할 수 있어 은행권에서는 현장영업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기대와 달리 현장영업이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당수 증권사의 인센티브 구조는 성과급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외부 현장영업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만 은행의 경우 정반대여서 현장영업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크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의 인센티브 구조를 성과급 중심으로 변경하거나 현장영업 우수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현장영업을 통한 상품판매를 위해 상담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실적이 우수한 직원에 대해서는 프라이빗뱅커(PB)로 전환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