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상하이(중국)‧마산(경남) 이소현 기자 = 지난 11일 중국 제일의 항만인 상하이항 자동차선 전용부두인 6번 터미널에 들어서자 하역을 앞둔 ‘글로비스 스피릿(GLOVIS SPIRIT)’ 호가 위용을 드러냈다. 카메라 앵글에 모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인 글로비스 스피릿은 이날 새벽 2시 거센 파도가 잠잠해지자 부두에 접안했다.
평택항서 출항한 글로비스 스피릿은 마산~군산~울산~광양을 찍고 중국 신항~칭다오를 거쳐 상하이항에 도착했다. 4705㎞의 바닷길을 돌아온 글로비스 스피릿은 상하이항서 경남 마산항에서 실은 수십여 대 볼보기계코리아 굴삭기를 하역했다. 이어 중국서 주문받은 북경기차 9인승 미니밴 150여대, 캐타필라 굴삭기 10여대를 선적해 1만1368㎞ 항로를 따라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투로 향했다.
중국은 세계 제1의 자동차 시장인 만큼 수출‧입이 활발하다. 상하이항 자동차선 전용부두를 운영 중인 하이통(Haitong) 물류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이항 자동차선 부두에 총 1678척이 정박했으며 물동량은 150만3300대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상하이항 자동차 수출에 있어 유코카캐리어스(EUKOR), 빌헬름센(WWL)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첸 꺼(Chen Ge) 하이통물류 부장대리는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물류업계에서 떠오르는 스타”라며 “최근 2~3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해 미래가 기대되는 글로벌 물류기업이 됐다”고 했다.
특히 중국은 200여개 완성차 업체가 있어 글로벌 메이커의 차량 운송뿐만 아니라 버스, 건설장비 등 비(非)계열 영역확장에 유리한 요건을 갖췄다. 현대글로비스는 2010년 15% 수준에 그쳤던 비계열 물량을 45%(2014년)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자동차선 규모도 2010년 23척에서 지난해 59척까지 2.5배 이상 키웠다.
현대글로비스 비계열물류 확장의 첨병은 글로비스 스피릿이 담당한다. 자동차 운반선(PCTC)인 글로비스 스피릿은 승용차와 화물트럭, 건설장비 등을 함께 운반할 수 있다. 승용차 기준 최대 7300여대를 수송할 수 있으며 길이만 200m로 축구장 2개를 붙여 놓은 규모다.
상하이항에서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선미가 열리고 부두와 배 사이를 연결하는 경사판인 ‘스턴램프(stern ramp)’가 펼쳐졌다. 하역 감독관이 검지를 하늘위로 높이 들어 빙글빙글 돌리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표식을 단 수십여 대 볼보 굴삭기가 일렬로 쏟아져 나왔다. 발전기 돌리는 소리가 가득했던 부두는 이내 탱크 군단이 몰려오는 것처럼 요란해졌다.
상하이항에서 하역한 볼보기계코리아의 EC700CL 등 7종 수십여 대는 지난달 26일 경남 마산항에서 총 4시간에 걸쳐 선적했다. 당시 방문한 마산항에서는 굴삭기들이 완충작용을 하는 바닥에 깔린 굵은 밧줄을 따라 제10갑판으로 향했다. 버킷 등 굴삭기 부품들은 트레일러에 실린 채 옮겨졌다. 20여명 선적 담당자들은 감독관의 귀를 찌르는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굴삭기를 차곡차곡 실었다. 이후 바닥에 50㎝ 간격으로 뚫린 구멍(lashing pot)들과 굴삭기의 각 모서리를 파란색 굵은 쇠사슬로 단단하게 묶어 고정했다.
마산항 선적작업 중 만난 정복근 현대글로비스 감독관은 “자동차선 해상운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화물을 화주에게 최상의 상태로 전달하는 것”이라며 “거친 파도에 차량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래싱(lashing‧고박)작업을 꼼꼼히 살펴야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태 당시 허술한 고박이 복원력을 잃어 침몰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글로비스 스피릿에 선적하는 화물은 강풍이나 높은 파도 등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게 고박 작업을 하며 ‘안전’ 운송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글로벌 3자 물류 사업 확대’, ‘글로벌 해상운송 강화’, ‘신흥시장 발굴’ 등 3대 전략을 세웠다. 상하이를 포함해 톈진, 베이징, 광저우, 쓰촨 등을 중심으로 중국시장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송남정 현대글로비스 중국 법인총괄은 “올해 현대‧기아차 계열사 물량을 넘어 타 완성차 메이커 등 비계열사 물량 수주를 통해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며 “중국 해상운송에 이어 내륙운송까지 책임지는 글로벌 물류‧유통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청사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