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회는 넘쳐나는 우유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서울우유에 이어 두번째 자율 도축을 의결했다.
진흥회는 "최근 개최한 이사회에서 3633마리의 젖소를 도축하기로 의결했다"며 "낙농가별 원유생산량을 기준으로 최대 5마리까지 도축해야 할 마릿수를 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1357농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진흥회는 국내 원유생산량의 23%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우유(35%) 원유생산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양이다.
진흥회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도태 지원금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곧바로 도축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축기간은 40일 가량으로 잡고 있다.
진흥회는 도축 배정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농가에는 연간총량제 배정물량을 줄이는 등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12월 소속 낙농가 1800여곳 당 3마리씩, 젖소 5400여마리를 도축하기로 의결해 1월부터 도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도축 진도율은 목표대비 70% 수준이다.
이는 올해 우유 생산이 증가해 재고가 더 쌓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유업체 관계자는 "서울우유 뿐 아니라 각 유업체들도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유 재고 해소가 안되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우유 재고 해소에 대한 위기의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진흥회가 우유 재고 해소를 위한 1차 자구책으로 납유를 받을 때 가격을 내렸는데도 해결이 안되니까 더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며 "도축을 통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 다른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해서라도 소를 도축해 우유 생산량을 감축하고, 우유 소비촉진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등 투트랩 전략을 쓰고 있다"며 "도축은 여러가지 자구책을 써도 해결이 안되니 쓸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우유 뿐 아니라 진흥회까지 도축을 시행하면서 다른 유업체들도 동참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직 도축까지는 계획하고 있지 않고 우유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유생산량은 2013년 동기대비 5.9%나 늘었던 지난해 1분기보다 최고 3.5% 많은 56만∼56만5000t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월 하루 평균 생산량은 6040t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9% 증가했다.
한편 우유 소비 부진으로 남양유업은 지난해 2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6.4% 감소한 1조1517억원에 머물렀다. 매일유업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이 1조722억원으로 전년보다 9.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4억원으로 6.1%나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