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이 변곡점마다 정가를 뒤흔들자 시대정신의 상징이 된 복지가 권력지형을 바꾸는 최대 변수로 고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복지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이 변곡점마다 정가를 뒤흔들자 시대정신의 상징이 된 복지가 권력지형을 바꾸는 최대 변수로 고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지 이슈, 與野 1승1패…다음은 누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사진=새누리당 제공]
보편적 복지 이슈는 과거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한 2004년 이후 본격화했다. 당시 민노당은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등을 고리로 거대 양당(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현실성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국민들은 ‘신자유주의냐, 반(反) 신자유주의냐’의 이분법적 싸움보다는 ‘실용주의’를 선택했다. 중도 실용주의, 즉 탈(脫) 여의도 정치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2008년)가 출범한 이유다.
보편적 복지가 선거 변수로 등장한 것은 2010년 6·2 지방선거.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선거였던 6·2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 국민참여당 등 범야권은 ‘친환경무상급식’을 고리로 선거연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는 야권의 승리. 이는 야권이 먹고사는 문제인 민생을 고리로 ‘중도층’을 공략한 결과였다. 여기에 당시 54.5%에 달한 투표율과 특히 2030세대의 적극적 투표 참여가 맞물리면서 ‘야권의 숨은 표 5%’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복지이슈를 야권의 ‘상속재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 범야권은 반값 등록금과 무상보육 등의 이슈를 던졌지만, 무상급식과 같은 파괴력은 없었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당시를 상기하며 “내부적으로 상당히 당혹했다. 특히 반값 등록금의 경우 ‘제2의 무상급식’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회고했다.
이후 복지 이슈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했다.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인 2011년 ‘생애주기별’ 복지를 골자로 하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한국형 복지를 주도한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51.6%를 기록하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48.0%·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대표를 꺾고 헌정사상 첫 과반·여성 대통령의 주인공이 됐다.
◆복지는 양날의 칼…“이제는 디테일 싸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복지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집권 1년차 때인 2013년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를 시작으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인 ‘누리과정’ 예산 삭감 논란, 경남발(發) ‘무상급식’ 중단 선언 등 복지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차인 2015년 2월 24일 대구·경북의 민심도 흔들렸다. 대통령을 5명이나 배출했지만, 지역발전에서 소외된 대구·경북 시민들도 중대한 갈림길에 봉착한 모습이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여기에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후폭풍이 더해지면서 ‘증세 없는 복지’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단순히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양자택일 문제에서 어느 계층의 세 부담을 먼저 할 것이냐의 문제로 전선이 확장된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담뱃세 등 증세 공방이 극에 달했던 1월 넷째 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65%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7%는 의견을 유보했다.
또한 응답자의 80%는 ‘현 정부가 증세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세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응답층은 9%에 불과했다. 조세저항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심리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이 ‘묻지마식’ 복지 축소에, 야권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에 매몰된다면 중도층 포섭은커녕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인세와 소득세의 불균형성에 따른 ‘공정주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여야 모두 복지와 세금의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정부 3년차 과제와 관련해 “4월 임시국회 주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최저임금 등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구조개혁을 통한 ‘선(先)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1월 담뱃값 인상, 2월 연말정산, 3월 전셋값 폭등에 이어 4월 건강보험료 인상 등 연달아 민생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증세 논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한국 선거에선 시대정신이 여야의 운명을 갈랐다. 이승만 정권 ‘건국’, 박정희 정권은 ‘산업화’, 김영삼·김대중 정권은 ‘민주화’, 이명박 정권은 ‘경제 살리기’, 박근혜 정권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2013년 체제 화두였던 경제민주화가 ‘절름발이’로 전락한 점을 감안하면, 2017년 체제 논쟁 역시 ‘보편적 복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 첫 테이프는 20대 총선의 풍향계인 내달 29일 재·보궐선거가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