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금리내려 전세값 더 오르면 오히려 더 부담"....1% 초저금리 달갑지 않은 세입자들

2015-03-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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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월세 전환 원하는 집주인 관망세 돌아서"...매매전환에 집값 상승 기대감은 '솔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정치연·김종호 기자 = "지난해 가을부터 치솟던 전셋값이 이번 금리 인하로 더 뛸 것으로 봅니다. 지금도 구하기 힘든 중소형 전세매물의 집주인들이 반전세로 돌리려는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이에요."(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낮은 은행 이자에 집주인은 월세를 원하고, 세입자는 초저금리 대출을 받아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할 겁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전세매물도 계약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 일일이 응대하기 버거운 상황입니다.”(노원구 상계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즉각 반응하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줄어 매매 거래가 활발해질 경우 부동산 시장 회복에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전세를  꺼려 월세전환이 늘면 전세매물 품귀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란 우려에 세입자들의 한숨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집없는 서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는 셈이다.    

금리 인하 후 첫 주말인 지난 15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북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 현지 중개업소 를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품귀현상을 보이는 전세매물이 앞으로 자취를 감추고, 전셋값과 전세가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강북은 주택매매가 증가했지만, 강남 3구의 거래량은 오히려 3.2%가 줄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저금리가 매매 거래량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반포동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금리 인하와 관계없이 재건축과 학군 수요가 겹치면서 전세매물이 귀해진 상황"이라며 "이미 전셋값이 오를 대로 오른 터라 금리 인하에 갈아타는 수요와 내 집 마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치동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봄 이사 철을 맞아 주택거래가 늘었다고 하는데, 우리 업소는 매매보다 반전세 형태의 월세 계약이 많았다"며 "일단 금리 인하가 시행된다고 하니 이 지역 매매 거래도 점차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군이나 직장 등의 문제로 강남 3구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미 대출을 끼고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 입장에선 폭등한 전셋값에 금리 인하가 달가울 리 없다.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 대신 반전세 형태의 월세를 묻는 전화가 간간히 온다"며 "전세가율이 상승하며 2년 전 계약 당시보다 수억원이나 오른 집이 많다. 금리가 내리더라도 세입자 입장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실제 잠일초등학교와 잠일고등학교 인근 잠실엘스 전용 59㎡의 경우 전셋값이 6억1000만원 수준으로 2년 전보다 무려 2억원이 올랐다.

강남과 접근성이 우수한 성남 분당구 아파트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악의 전세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매매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판교동 L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판교동은 지난해부터 전세가율이 급상승해 금리 인하가 매매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그렇지만 이미 대출비율이 높은 세입자들에게는 매매를 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종호 기자]


한때 '베드타운'이라고 불렸던 노도강 지역은 주로 중소형 위주 아파트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서울 중심지에서 전세난에 밀려오는 이주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도봉구 방학동의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일주일은 더 지켜봐야 정확한 흐름이 잡히겠지만, 서민 실수요층이 많은 도봉구에서 이미 부르는 게 값인 중소형 전세물건은 대부분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장기적으로 초저금리 상황이 전셋값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봉구는 2년 전보다 평균 전셋값이 20%이상 오르고 전세가율도 지난달 70%를 넘어섰지만,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 결정으로 추가 상승이 예상돼 최악의 전세난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도봉구 방학삼성래미안 전용 112㎡는 1년 전 2억60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6000만원가량 오른 3억2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비 평균 전셋값이 20%가량 오른 노원구는 물론 강북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역 인근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역의 실수요자들이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다보니 상계중앙하이츠1·2차 등 주변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중소형 전세물건이 있는 동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 집주인은 월세 전환을 요구하고, 세입자는 매매로 전환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계중앙하이츠의 경우 현재 105㎡가 보증금 25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거래되지만, 월세 비중이 더 늘어나며 서민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북구 미아동의 H공인중개업소 대표도 "금리 인하는 최근 훈풍이 불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심각한 전세난을 겪고 있는 서민층이 많은 이 지역에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수한 학군 수요와 재건축 기대 등으로 매매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는 목동도 반 년새 전셋값이 5000만원가량 뛰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업자들의 전언이다.

양천구 목동 주민센터 인근 M공인중개업소 직원은 "학군 수요가 꾸준해 매맷값은 물론 전셋값이 동반 상승 중인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활활 타던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세가 저렴했던 목동의 전셋값 상승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신시가지1단지 90㎡의 전셋값이 지난해 6월 4억6000만원에서 5억1000만원으로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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