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선 ‘여인천하’…백악관 ‘금녀구역’ 깨지나

2015-03-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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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힐러리 클린턴 공식홈페이지]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의회 전문 매체인 힐(The Hill)은 12일(현지시간) “대통령이건 부통령이건 백악관에 여성이 들어갈 날이 머지않았다”며 “이러한 분위기를 띄우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차기 대권 주자로 나올 가능성이 유력한 데다 공화당도 여성표 공략을 위한 ‘맞불 작전’으로 부통령 후보에 여성을 발탁할 확률이 높다. 이런 대선 구도에서는 양당에서 백악관 내 ‘1인자’나 ‘넘버2’ 자리 모두 여성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민주당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조 바이든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스) 상원의원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입지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자주 “(미국은) 여성이 유리천장을 부수도록 허용할 준비가 됐다”라고 언급해 왔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2일부터 사흘간 18세 이상 미국인 152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인지도와 선호도에서 각각 89%, 50%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조 바이든은 인지도 78%와 선호도 39%로 그 뒤를 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자가 되더라도 효과를 극대화하려 부대통령에 여성을 전격 발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내 진보 진영과 진보 성향 유권자를 끌어안고자 워런 의원을 고를 수도 있고 커스틴 질리브린드(뉴욕), 에이미 클로부차(미네소타) 상원의원 등을 놓고도 저울질할 수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대권 주자로 나설 경우 대권 잠룡이 남성 일색인 공화당으로서는 러닝 메이트로 여성 부통령 후보를 내세울 공산이 크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가 모두 남성이었는데도 공화당은 여성 유권자 득표에서 민주당에 55% 대 44%로 11%포인트나 뒤졌다.

공화당에서는 우선 지난해 재선에 쉽게 성공한 히스패닉계 수산나 마르티네스 뉴멕시코 주지사가 거론된다. 기업가 출신인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CEO)도 대통령이나 부통령 후보로서 클린턴 전 장관의 강력한 맞수가 될 것으로 공화당 전략가들은 보고 있다. 켈리 에이요트(뉴햄프셔) 상원의원은 내년 상원 선거가 걸려 있지만 주(州) 법에 따라 대선에도 동시 출마할 수 있다.

페일린은 최근 대권 도전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미국 유권자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문 앞에 걸린 ‘여성 출입 금지(No Girls Allowed)’라는 명패를 너무 오랫동안 봐왔다”고 밝혔다.

흑인 여성이자 대중적 인기가 높고 외교 분야 정책 경험까지 갖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여러 측면에서 ‘클린턴 효과’를 잠재울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선거에 불출마 선언에서 보듯 정작 자신이 선출직에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게 주요 변수다.

힐은 공화당 대선후보로 이들 외에 인도계 미국인인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상원의원, 셸리 무어 캐피토(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 케이시 맥모리스 로저스 하원 공화당 콘퍼런스 의장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 봤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여성 카드’를 역대 대선에서 한 차례씩 내밀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민주당은 1984년 대선 때 대통령 후보인 월터 먼데일의 러닝 메이트로 여성인 제럴다인 페러로 당시 하원의원(뉴욕)을 내세웠다. 하지만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공화당은 2008년 대선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 티켓을 따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짝으로 중앙 정치권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회심의 카드로 빼들었다. 결과적으로 페일린이 실수를 연발하면서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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