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셋값 상승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전환에 나서면서 서울·수도권 매매 거래건수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이른바 미친 전셋값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로 갈아타기를 하면서 주택 시장 회복세가 짙어지고 있다.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 주택 매매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2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각각 1만2990건과 3만75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4%, 4.3% 증가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2월 거래량으로는 최대치다.

최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가 연립 등 비(非)아파트의 매매로 전환되면서 비아파트의 거래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유형별 거래량을 보면 아파트(3.2%)보다 연립·다세대(5.9%), 단독·다가구주택(11.8%)의 거래가 활발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도 비강남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창동 아이파크5차 아파트(84.45㎡)는 지난달 4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1월보다 1800만원이 올랐다. 분당 야탑 매화마을공무원2단지 아파트(58.71㎡)도 전달보다 1300만원이 오른 3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이미 한차례 가격 상승이 이뤄진 강남권은 저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면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개포 주공1단지 아파트(42.55㎡)의 경우 지난 1월 6억8900만원에서 지난달 6억8200만원으로, 강동 둔촌 주공4단지 아파트(99.61㎡)는 1월 7억9000만원에서 지난달 7억8300만원으로 한 달 사이 각각 700만원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심화가 시발점이 된 주택매매 거래량 증가와 관련, 최소한 집값이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제 주택매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3월 이후에도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경제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연초부터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은 다소 의외의 현상"이라며 "연초 강남권 재건축 이주로 전세난이 한층 더 심화되고 물건이 품귀 현상을 빚자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주택 구매 쪽으로 노선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함 센터장은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의 3.3㎡당 1000만원 이하의 다세대·연립까지 팔리고 있다"면서 "통상 3~4월은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매매 거래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