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은 정 명예회장의 기일로 올해로 14주기를 맞는다. 이틀 뒤인 23일은 현대중공업 창립기념일로 43주년을 맞는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3월이면 회사 사보를 통해 정 명예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기획특집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는 창업주 대신 창립 43주년을 앞세웠다. 특히, 눈 앞에 다가온 50주년을 건너뛰고 ‘100년 기업’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는 11월 25일 창업주 탄생 100주년에 맞춰 기업의 목표를 100년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사보를 통해 “기업이 사업을 하다 보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100년 넘게 생존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100년 전 미국100대 기업 중 현재까지 생존한 기업은 39개에 불과하고, 그 중 100대 기업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회사는 18개밖에 없다”며 100년 기업 목표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 넘게 번영을 누리는 장수기업들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과거의 성공과 현재의 번영에 안주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며 “100년 뒤에도 세계 속의 현대중공업으로 우뚝 서있기 위해서는 변화와 도전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 과정에는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이를 두려워한다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년 기업 달성을 위한 방법을 현대중공업은 ‘초심’, 즉 창업주의 불굴의 도전정신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방 직후 창업한 대부분의 1세대 기업인들이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내수중심의 경공업에 뛰어든 것과 달리, 정 명예회장은 다른 기업인들이 도외시하던 건설업과 조선업 등에 뛰어 들어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우는 기업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이는 기업인 개인의 영예를 만족하기 위함이 아닌, 기업을 통해 국가경제를 살찌우겠다는 기업가로서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남들은 무리라고 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계속되는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집념과 도전으로 맞서며 사업을 성공시켰다.
정 명예회장은 “‘반드시 된다’는 확신 90%에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로 완벽한 100%를 채우지, 안될수도 있다는 회의나 불안은 단 1%도 끼워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일에 부딪쳐도 어떤 이는 찌푸리고, 어떤 이는 웃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빛을 보며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실패는 없다”며 모든 일에 확신을 갖고 늘 희망을 향해 정진한다고 굳게 믿으며 실천했다.
회사 관계자는 “저유가, 초저금리, 영역의 구분이 허물어진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장까지 겹쳐 광복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의 현 상황을 창업주는 어떻게 극복했을까라는 반문을 한 결과 긍정적인 확신, 생각보다 앞선 실천, 모든 것을 건 물러섬이 없는 자세 등의 답을 얻었다”며 “이러한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것이 현대중공업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가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20일 서울 청운동 자택에서 있을 정 명예회장 제사에는 범 현대가 일가가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범 현대가는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행사 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3주기 기일에 참석한 정몽준 전 국회의원은 100주년 행사 계획에 대해 “당연히 가족의 도리로서 함께 한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겠다”고 말해 범 현대가가 함께 준비할 것임을 시사했다. 범 현대가는 장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주도로 정몽준 전 의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지난 2011년 정 명예회장 10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