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쪼개 파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기본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과점주주들이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사외이사 과반수 추천권 등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 용역 보고서 초안이 작성됐다.
정부는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일괄 매각 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앞서 작년에도 정부 보유지분 57% 가운데 경영권 지분 30%를 일괄 매각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이에 정부는 분할 매각으로 인해 지분 매입 부담이 줄어들어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한층 쉬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비슷한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많아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은행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먼저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한국이사협회로부터 우리은행 지배구조 개편안 용역보고서 초안을 넘겨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 등 3명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민영화 후 5~10인의 과점주주들이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지배하는 집단지배 체제가 된다.
주주협의회는 사외이사의 과반수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다. 은행 정관에도 주주협의회의 실체와 권한이 명시된다. 과점주주들이 집단지배 체제의 형태로 은행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분할 매각 방식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을 우선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이는 입찰자로부터 지분매입 희망가격 및 수량을 받은 뒤 최고가 입찰자부터 순차적으로 희망 지분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4차 매각 때 경영권 지분 이외 26.97%의 기타지분에 대해 이 방식으로 매각작업을 진행해 5.94%의 지분을 매각했었다.
매입희망자가 적어 매각 작업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지분을 블록세일 형태로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으로 안정적인 과점주주 체제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과점주주 보유 지분이 예보 보유 지분을 초과하면 예보와 우리은행간에 체결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를 해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논의한 뒤 이르면 6월께 매각 방식과 일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우리은행 정관 개정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 중 매각절차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