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쿠션 잔혹사…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K-뷰티?

2015-03-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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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에어쿠션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쿠션화장품을 둘러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이번 전쟁은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한류 뷰티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쿠션화장품이 중국 및 동남아, 유럽 등 전세계에서 주목받자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LG생활건강·로레알코리아 등 다수의 국내외 브랜드들이 미투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처음 출시한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원조를 분명히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쟁업체들은 글로벌 브랜드의 쿠션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자칫 '안방싸움'이 한류 뷰티의 경쟁력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나서 양 측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션 기술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과 이를 쫓는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미샤) 등 다수의 화장품 업체와의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쿠션 화장품은 수분을 함유한 스펀지 재질에 파운데이션을 흡수시켜 퍼프로 찍어 바를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통해 해당 기술을 처음 선보인 후 다수의 브랜드숍에서 잇따라 '미투' 제품을 출시하면서 한류 뷰티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등 13개 대표브랜드에서 에어쿠션 제품을 통해 약 6000억원(소비자가격 기준)의 수입을 벌어 들였다. 쿠션 단일품목이 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8%에 달한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쿠션의 핵심기술인 특정 스펀지 재질(에테르폼), 스펀지 경도, 점도 등을 두고 특허권 분쟁을 진행 중이다. 에이블씨엔씨·네이처리퍼블릭 등 쿠션화장품을 판매하는 중소브랜드숍에는 '특허 침해지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를 비롯해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쿠션 기술과 관련한 114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중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13건의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쿠션화장품 '원조논쟁'이 지속되는 동안 로레알코리아(랑콤), LVMH(디올) 등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이 쿠션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과 '쿠션'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태다. 이 두가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유명브랜드의 공세가 가속화되면 한류 뷰티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A브랜드 관계자는 "중국 및 동남아, 유럽 사람들에게 BB·CC크림 등이 'K-뷰티' 대표 제품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에 참여 업체가 늘어나면서 전체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중소브랜드숍의 미투 제품이 단점도 있지만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를 키우고, 한류 뷰티 확산에 기여한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B브랜드 관계자도 "특허침해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강경한 행보로 중소브랜드숍들이 해외에서 쿠션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접고 있는 분위기"라며 "쿠션도 한국 화장품의 대표 상품군으로 자리잡은 만큼 원조 업체의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특허권은 기술의 독점적인 권리를 보호해 해당 산업의 발전적 기여를 목적으로 한다"며 "이를 무시하고 특허 등록을 통해 공개된 자사의 기술을 그대로 도용, 인기제품에 무임 승차하려는 경우에 대해서만 강영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해당 원천기술을 주장하는 업체가 후발 주자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시장 확대를 위해 원조 업체가 기술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테슬라와 도요타는 최근 각 사가 보유한 전기차 특허와 수소전지 특허를 경쟁사들에 무료 개방했다. 경쟁보다 관련 시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독자적인 시장 개척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 '판'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기업도 차츰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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