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올해 들어서도 꺾이지 않고 있다. 되레 작년보다 더욱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가계부채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 올 들어 7대 시중은행 주담대 3.5조 증가… 작년보다 8배 많아
지난해 말(316조4539억원)보다 3조4481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는 4230억원이었던 지난해 1~2월 증가액의 8배가 넘는 수준이다. 보통 1월은 연말 상여금 등으로 대출금을 갚은 사람이 많고 추운 날씨로 인해 이사 수요가 적어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풀이다.
특히 2월 들어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해 2월 증가액이 1조188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그 두 배가 넘는 2조4868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지난해 경우 2월에 설 연휴가 없어 은행 영업일이 20일이었지만, 올해는 명절이 껴있어 영업일이 17일에 불과했다.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방증한다.
◆ 가계빚 사상 최대치 증가 전망… 내수경기 직격탄 우려
문제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계부채가 올해도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계빚 부담이 내수경기에 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어 더욱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작년 8월과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계부채의 증가세와 관련해 "당초 생각보다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4년 4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089조원으로 지난해 1년 동안 무려 67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가계대출의 95%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가계빚이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소득이 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빚이 계속 늘어날 경우 내수경기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1.3%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에는 소득보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달라질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올해도 지난해처럼 소득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부 가계부채 개선책 내놓았지만
정부에서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개선하기 위해 변동금리·일시상환 조건의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 고정금리·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의 대출로 전환해주는 상품을 출시키로 했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환대출 규모가 20조원에 불과하고,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를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당국은 2%대 주택대출 출시 등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대출자들이 돈을 더 빌리게 만들어 가계대출 규모를 더 키우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가계부채 총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따라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건전성 유지 및 경제성장 견인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