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은 박씨의 장례를 5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했다.
박씨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셋째형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사촌지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조화를 전달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박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을 찾아 “사모님(박영옥)은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라며 김 전 총리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결혼 64주년을 함께 맞았던 평생의 배필 박 여사를 먼저 보낸 김 전 총리는 먼저 떠나 보낸 부인에 대한 미안함과 애통함으로 현재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건강을 다소 회복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총리는 지난해 입원한 박씨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온 사실이 정진적 전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사진을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언론에 “딸이 댁에 들어가시라고 해도 김 전 총리는 밤늦게까지 곁을 떠나지 않고 간병하더라”면서 “두 분 사이가 원래 좋지만 김 전 총리가 지성으로 간호하는 걸 보고 놀랐다” 두 사람의 부부애를 전하기도 했다.
다정다감한 남편으로 알려진 김 전 총리는 결혼 당시 ‘한번 단한번 단 한사람에게’(Once, only once and for one only)라는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구절을 인용해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고인은 중앙정보부장과 6∼10대, 13∼16대 9선 국회의원, 국무총리를 지내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3김(金) 시대’의 한 축을 이루며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아온 김 전 총리를 위해 그림자형 내조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박씨는 생전 “매스컴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내조했다고 자부한다”면서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부인 이본느 여사처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조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에는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점수를 매긴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고인은 다만 시중에 듣는 얘기나 정치현안, 민심의 소재를 남편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또 김 전 총재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면 남편을 대신해 지역구를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김 전 총리측은 고인에 대해 “지난 50여년 동안 두 차례의 국무총리, 9선의 국회의원 그리고 4개 정당의 총재로서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속의 선진국가 대열로 도약하는데 주도적인 공훈을 남긴 김 전 총리 곁에서 모범적인 내조와 헌신의 미덕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슬하에는 김진 운정장학회 이사장과 김예리 Dyna 회장 등 1남1녀가 있다. 측근들은 고인이 맹모의 열정으로 두 자녀를 수학시켰다고 소개했다. 고인은 양지회 회장과 한국여성테니스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3층 30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오전 6시30분이다. 02-3010-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