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결국 표결 참석을 선택,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집권여당의 표결 저지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반(反) 정당정치’ 수단인 여론조사 제안으로 국회 권한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데다 이날 우군인 정의당이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 제1야당의 체면을 구겼다.
이 후보자를 향해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다”며 강공으로 선회했던 새정치연합이 이날 표결 참가를 선택한 것은 ‘국정 발목잡기’에 대한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문재인 체제 이후 당 지지율이 30%를 돌파한 상황에서 ‘반(反 ) 박근혜’ 프레임에 의존하는 정치력을 보여줄 경우 ‘도로 민주당’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野 표결 선회, 충청권 민심이반·국정 발목잡기 비판 우려
실제 새정치연합의 국회 본회의 표결 참가는 지난 주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당내 강경파 내부에선 “새누리당에 들러리서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다수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에 힘을 실었다.
특히 문 대표가 깜짝 승부수로 던진 여론조사 제안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되자 더 이상 강경론을 들고 나갈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문 대표가 충청권 맹주인 이 후보자를 반대하면서 충청권 민심이반이 현실화된 것도 우회 전략을 편 이유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충청권 민심이 좋지 않다”며 “당내 충청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표결 참가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일과 12일 조사에서 문 대표는 하루 만에 충청권 지지율이 7.1% 포인트(35.8%→28.7%) 하락했다. 새정치연합의 충청권 지지율도 같은 기간 3.4% 포인트 하락, 충청권 민심이반이 수치로 증명됐다.
문 대표의 야심 찬 승부수였던 여론조사 제안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국회 보이콧에 대한 명분도 실익도 없어지자 국회 본회의에 전격 등원한 것이다.
◆문재인 “박근혜 대통령, 이완구 인준 정치적 책임지게 될 것”
주말 동안 고심한 문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부적격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상심한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밝혔다. 그간의 발언보다도 톤 다운한 셈이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문 대표 체제에서도 새정치연합의 당론이 일관성이 없다”며 “반대를 하든 찬성을 하든, 어떤 정치적 수단으로 끝까지 밀고 갈 것인지 전략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쟁적 협력 관계인 정의당이 이날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새정치연합의 반대 표 전략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향후 양측의 선거연대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설 연휴 직후 4월 보궐선거 정국에서 문 대표는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직후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국민이 반대하는 총리 후보자를 끝내 인준했다”며 “새누리당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표결을 실시한 결과, 재석 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48명, 반대 128명, 무효 5명으로 동의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