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국내 시가총액 순위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나란히 배당 확대에 나섰지만 주가는 되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곳간을 활짝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기대를 부응하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는 셈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현금 배당을 전년보다 40% 늘리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후 보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현대차는 삼성전자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13일 15만800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이달 초 17만원대를 회복했다가 다시 15만원대로 추락했다.
현대차가 현금 배당을 작년보다 54%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한 지난달 22일 16만8000원보다 6.3%나 하락해 있다.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논란과 현대글로비스 블록딜(대량매매)의 과정에서 소통 부재 지적이 나오면서 나빠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배당 확대에도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적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7조원대 중반으로 떨어져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작년 영업이익률도 8.5%로 전년 9.5%보다 1.0%포인트 내려갔다.
세계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보이는 등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미국 등 선진시장에 이어 신흥시장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시장에서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도 실적이 작년 3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투자자들에게 뚜렷한 개선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작년 4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하락과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 판매 호조 등의 녹록치 않은 외부 여건이 삼성전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보조를 맞춰 크게 늘린 배당을 올해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외부 잡음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라며 "다만 주력사업인 메모리와 디스플레이의 실적 성장이 이어지고 스마트폰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어 주가의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