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붕괴···한국경제, 심장이 식어간다] 조선업 쇼크, 거제경제 초토화…통영은 유령도시 방불

2015-02-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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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상남도 통영시 도남동에 위치한 중소형조선소 집결지. 2012년 파산한 21세기조선 공장 모습이 보인다. 거리는 오가는 차나 사람 없이 조용하다. [사진= 김지나 기자]


아주경제 김지나(거제·통영) 기자= 11일 오후 1시 경상남도 거제시 고현동에 위치한 H 횟집.

83제곱미터(㎡) 크기의 식당은 10개의 테이블이 텅 비어있었다. 손님없는 빈 식당을 주인 임 모씨(54세)가 혼자 자리를 지켜 이 지역의 경기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임 모씨는 "하루 평균 손님이 50명가량 왔었는데 작년 가을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해 손님 수가 20명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지금 버는 수입으로 임대료 내기도 어려워 2명 있던 직원 중 한 명은 이미 내보냈고, 다른 한 명도 이달 안으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중공업에 2년가량 암행감찰이 뜨면서 손님이 부쩍 줄었다"며 "암행감찰관이 술집을 돌며 직원들이 누구랑 술 마시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감시하고 나서 직원들이 술자리를 피했다"고 귀뜸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인근 지역은 장기간에 걸친 감사와 해를 넘겨 타결된 2014년 임금단체협상 등의 영향으로 직원들의 소비 심리는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태다.

삼성중공업 조선소에 인접한 장평 지역에는 문 닫는 음식점도 속속 생기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13.2% 줄어든 12조879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0% 감소한 1830억원을 기록했다.

강일남 삼성중공업 직원협의회 부장은 “감사를 벌이며 일부 사무직원에게 사표 쓰는 것을 종용했다”면서 “그 결과 20~30여 명이 회사를 나갔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조선사에 비해 일찍 임단협이 마무리되고, 작년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아직 교섭이 마무리 되지 못 한 상황이지만 순조롭게 노사간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조현우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9차 교섭을 진행했는데 지난달 9일 사 측이 진정성 있는 안을 내 놓으며 얘기가 잘되고 있다"면서 "2월내 통상임금 문제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근 조선소에 근무하는 A씨는 "조선소 인근 술집에선 조선소 직원들이 각 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있어 어디서 근무하는 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쪽은 과거와 큰 변화가 없는데 반해 삼성중공업쪽은 삼상오오 모여 술 마시는 직원들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거제시에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통영 지역 조선소 인근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중소형 조선소가 집결된 통영시 도남동 원룸촌에는 곳곳에 빈 상점들이 보였고, 오가는 사람과 주차된 차 없이 조용해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돈을 벌기 위해 몰려드는 외부인으로 번잡했던 이 지역은 2011년 삼호조선 및 21세기조선 등 지역 조선소가 줄줄이 문을 닫자 지역 상권이 무너져 내렸다.

이미 들어선 원룸들은 집값이 폭락했고, 통영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 지역에서 27년째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재현(69세) 대건부동산 사장은 "12평 원룸 기준으로 과거 월세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원이었다면 이제는 200만원에 24만원, 300만원에 3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과거 잘 나갈 땐 한달에 1~2건 매매를 했는데 이제는 매매건수가 거의 없고 간혹 임대 문의만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이 지역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영선(58세) 씨는 "남편과 둘이 24시간 편의점을 교대로 지키는데 현재 올리는 매출은 둘의 인건비만 감당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편의점 계약이 만기돼 그만두려 했는데 본사쪽에서 지원금을 준다고 해 5년 연장했다"며 "집 주인도 월 임대료를 9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내려줬다"고 전했다.

반면 오후 6시30분 퇴근 시간에 맞춰 성동조선해양이 위치한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자 통근버스와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는 조선소 직원들로 거리가 붐볐다.

성동조선해양은 통영에 있는 조선소 중 거의 유일하게 회복세를 보이는 조선사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 직원 숫자는 6500명이었고, 올해는 800여 명까지 늘릴 것"이라며 "현재 통근버스 총 40여 대를 운행하고 있고, 이 지역은 통영에서 거의 유일하게 퇴근길 정체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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