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붕괴…한국경제, 심장이 식어간다] ‘기계 소리’가 멀어진다

2015-02-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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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1. 한강의 기적 이룬 ‘기계 소리’가 멀어진다
2. 울산 떠받치던 자동차·조선·석화 등 3개 기둥이 무너진다
3. 창원‧구미의 대표 기업 구조조정, 칼바람 분다
4. 거제․통영, 조선업 도시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
5. 호남 최대 산단, 여수·광양·순천도 어둠의 터널속으로
6. 신흥 철강도시로 떠오른 당진·대산의 빛과 그늘
7. 실질적인 경제활성화 정책 시급하다
 

전주국가산업단지 모습. 첨단 산업단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변 상권은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사진=정치연 기자]



아주경제 양성모·정치연·이재영·박재홍·김지나·이소현 기자 = 울산광역시 남구 부곡동에 소재한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CLX) 스틸렌모노머(SM) 공장.

이 공장은 5년간 가동을 중단한 이후 지난해 4월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만에 다시 문을 닫고 설비 보존을 위한 내부 청소와 질소를 채우는 작업만 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생산비용이 커져, 가동중단을 통해 수급 조절을 노렸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의 대거 유입으로 가격은 반토막 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장 재가동 시기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사업장이 소재한 지방도시에서 갈수록 ‘기계소리’가 멀어지고 있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힘찬 고동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로 판로확보에 차질을 겪으며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산업생산은 2013년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산업생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체감 경기는 통계 수치의 위기감을 뛰어 넘었다. 본지 기자들이 울산과 창원, 구미, 거제, 통영, 여수, 순천, 광양, 전주, 아산만, 당진 등 지방 산업도시를 찾아가 현황을 살펴본 결과, 상황은 심각했다. 기업의 생존을 넘어 도시내 경제생활 자체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퍼져 나오고 있다.

울산 경제는 자동차와 석유화학, 조선 등 3개 주축 산업이 떠받치고 있으며, 3개 산업이 동시에 부진을 겪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3개 산업 모두가 다 같이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전자도시로 불리는 구미시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공장의 베트남 이전, 노키아의 가장 큰 해외 공장이던 노키아TMC의 몰락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계·중공업 산업의 메카인 창원시는 현대위아를 제외하면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현대로템 등이 희망퇴직을 실시했거나 진행중이다. S&T 중공업 등 창원지역 토착기업은 노사갈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이다.

원청업체인 대기업 사업장의 생산 부진은 협력업체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치로 파악할 수 없지만 각 도시마다 많은 협력업체가 폐업을 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기업에 취업해 받은 소득으로 생활하던 시민들의 소비가 움츠려들며 도시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박태주 통영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통영을 비롯해 지방 도시들은 일부 대기업 또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가시화된 성과는 없다"며 "고용 유지를 위해 기업에 협조를 요구하는 한편 시 정부에도 어려운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을 요청하는 등 해결방법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중이다”고 전했다.
 

당진시청 내 현대제철 본사 이전 서명운동 피켓. 당진지역은 현재 수도권 규제완화로 현지 유입 기업들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사진=양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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