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는 4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 은행에 대한 자금 공급 조건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ECB는 이제까지 그리스 은행에 대해 독일 등 우량 은행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자금을 공급해왔으나 ‘그리스 특례조치’를 철폐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 은행은 ECB를 통한 자금 공급이 막히게 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ECB는 4일 성명을 내고 오는 11일부터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한 대출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CB는 "ECB 정책위원회는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며 "이는 현행 유로시스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의 이번 발표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만나 긴축재정을 완화시킬 새 정부의 방침을 설명한 직후 갑작스럽게 나와 그 배경이 주목된다. AFP통신은 그리스의 방침에 ECB가 동의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앞서 치프라스 총리는 브뤼셀에서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을 만나 그리스 경제개혁 4개년 계획의 공동입안을 제안했다. EU와 함께 그리스의 탈세와 부채 척결, 공공부문 혁신 등을 골자로 한 4개년 개혁안을 만들어 실행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ECB는 유로존 은행에서 안전 자산인 국채를 담보로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왔다. 그간 ‘불합격’ 판정을 받아 온 그리스 국채도 담보로 인정해 그리스 은행의 자금 조달을 지원해왔다. 이번 조치로 ECB의 저금리 대출에 의존해 왔던 그리스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조치는 이제 더이상 그리스를 특별대우하지 않겠다는 ECB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치프라스 정권은 최근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른 긴축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아래 유럽 각국 정부와 직접 만나 협의하는 로드쇼를 벌였으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