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가 펼쳐진 것일까. 끝날 줄만 알았던 등장인물의 죽음이 다시 시작됐다. 여기에 죽음 앞에서 실소가 나오게 만드는 상황은 비상식이 상식인 것처럼 느껴져 불편함을 낳았다.
3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극본 임성한·연출 배한천 최준배)에서는 백야(박하나)와 결혼식을 마친 조나단(김민수)이 끝내 사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이 모습을 본 백야는 실어증에 걸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의사에게 수술을 부탁하며 손바닥에 '수술요'라는 글자를 썼지만, 의사는 "사망했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은하도 아들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했다. 하지만 곧 "백야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원망할 거 아냐"라고 내심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하늘의 뜻인 거야. 백야가 우리 집 못 들어오게"라고 혼잣말을 했다. 아들의 죽음보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 보였다.
여기에 아들의 죽음 앞에서 방귀를 뀌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불편함을 낳았다. 맹장수술이 잘 됐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듯 방귀를 뀌고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을 눈물이 아니라 방귀로 대신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더이상 필요가 없어진 인물을 하차하기 위해 임성한이 전작 '하늘이시여'(2005) '오로라 공주'(2013) 등에서 늘 써왔던 방법. 드라마의 전개, 개연성과는 큰 상관이 없는 부분이었다. 오히려 가장 쉽고 편하게 출연진을 하차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결혼하자마자 숨을 거두는 조나단의 모습은 전개에 대한 흥미진진함이나 긴장감이 아니라 '또 다른 출연배우는 언제 죽음을 맞이할까'에 관심을 가게 한다. 죽음이라는 가장 비극적 이별을 결국 웃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압구정 백야'가 종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등장인물이 죽어 나갈까. 데스노트보다 무서운 그의 필력 앞에 출연진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