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강남 1970', 변주를 허락 않은 유하 감독의 뚝심

2015-02-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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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남 1970' 스틸[사진 제공=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두고 봐, 누런 모래밭이 황금밭이 될 테니까”

‘강남 1970’(제작 ㈜모베라픽처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감독 유하)은 제목이 영화 내용을 말해주는 경우다. “강남 개발 배경에 1970년대 대선 자금이 결탁돼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해 강남 개발의 시작인 ‘영동구획정리지구’의 배경, 강남 부흥의 중심에 있던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제3한강교 준공, 기밀로 진행되었던 상공부 종합청사 이전 계획까지 우리가 몰랐던 강남 개발의 비사를 그린다.

같은 고아원 출신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무허가 판자촌에서 넝마주이 생활을 하던 중 야당 전당대회를 방해하려는 정치깡패에 동원돼 싸움에 휘말린다. 이 싸움으로 생이별한 둘은 각자 다른 조직폭력세력에 가담하게 된다.

한편, 정치권은 대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서울의 인구과밀 해소와 균형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강남땅 투기에 은밀히 앞장선다. 눈치 빠른 투기꾼까지 합세한 피비린내 나는 강남땅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 모든 것을 가지고 싶었던” 종대와 용기가 다시 만난다.

‘강남 1970’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 주연을 맡은 이민호는 후반부로 갈수록 빛나는 집중력을 발휘한다. 촬영 초반 중국 스케줄을 포기하지 않고, 현장과 대륙을 오간 그의 부족한 결단력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비열한 악역에 사람 냄새를 더한 김래원의 고뇌는 ‘강남 1970’을 든든하게 지탱한다.

장바구니 아줌마 부대를 홀린 카바레와 정치권 핵심 수뇌부가 출입하는 룸살롱, 정치인을 홀려 얻어낸 알짜 정보로 서울 땅을 한 손에 쥔 복부인, 그들의 뒤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정치깡패 등 흥미를 끌만한 소재가 왕왕 배치돼 있지만 피비린내 진동하는 영화를 환기하지는 못한다.

유하 감독은 한눈 파는 법이 없이 한걸음 한걸음 작품의 주제에 도달한다. 찰나의 빈큼도 허용하지 않은 레이스 끝에 마주한 묵직한 메시지와, 그것을 가능하게 한 유 감독의 뚝심에는 박수를 보내지만은 어떠한 변주도 허락하지 않은 135분간의 여정은 어쩐지 좀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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