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과의 협상전략

2015-02-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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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한중간 교류가 증가하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예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중국인들과 협상을 진행 할 만큼 내공을 갖추고 있을까?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우리의 협상전략은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인들은 태생적으로 협상기술을 타고난 사람들로 보인다. 중국은 국력에서 나오는 파워와 13억의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보유한 '갑(甲)'질이 가능한 나라다. 우리의 자존심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중국인의 협상에 대한 특징을 알고,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인들은 비즈니스를 전쟁의 일종으로 인식하므로, 협상에서 모략과 책략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술좌석에서는 호방한 태도를 보이던 사람도 협상 테이블에서는 지저분한 협상전략(Dirty Tricks) 구사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중국인들은 협상에서 까다롭고 거북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좋아한다. 인정(人情)보다 냉정한 자세로 실리를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 즉, 먼저 소인이 되고 나중에 군자가 되는 것(先做小人,後做君子)이 낫다고 생각한다.

둘째, 중국인들은 사전에 관시(關系)를 맺고 있는 관계라면 상대를 속이지 않는다. 만약, 관시를 통하여 소개를 받은 사람이나 친구를 속이거나 이들에게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취하면, 그것은 바로 자기가 속한 관시망(關系網)에 알려지게 되고, 그는 자기들의 관시 네트워크에서 추방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먼저친구가 되고 나중에 비즈니스를 하라(先做朋友,後做生意)” 라고 말한다. 이 같은 전략은 다소 시간이 소요되나 안전한 방법이다.

셋째,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한다. 아무리 갑의 입장일지라도 상대로부터 100%를 얻어내는 것은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다. 체면 중시의 관념은 중국문화에 배태되어 있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친절한 공항영접이나 고급차량의 배차, 고급식당으로의 초대는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 된다. 제대로 활용하면 신뢰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체면을 살려주면 반드시 보답을 하는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넷째, 만찬도 협상의 연장으로 생각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상대를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만찬장의 자리배치를 보면 협상책임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 만찬테이블에 상대가 예상치 못한 현(現)직 고위공무원이 출현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상당한 배려로 간주된다. 우리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술을 즐기는 민족이다. 우리가 개발한 다양한 폭탄주를 제조하고, 마실 수 있는 주량이면 일단 유리하다. 다만, 술좌석에서 취한 모습을 보이거나 술주정은 점수를 깎아먹는 추태임을 명심해야 한다. 분위기가 자유롭다고 하여 민감한 정치적인 이슈, 신장 및 티베트 문제, 소수민족, 반체제 인사 등에 대해서는 화제를 삼지 않는 것이 좋다.

다섯째, 중국과의 협상에서 조급함은 금물이다. 협상을 위해 중국으로 길을 떠나는 임원에게 반드시 성사시키고 돌아오라는 오더나 윗사람의 압력은 협상에 임하는 인사에게는 재앙이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이지만, 중국은 만만디(慢慢地)문화다.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소강상태를 만드는 것도 중국의 협상전략의 일종이다. 조급함은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끝으로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다. 협상의 절반 이상은 “상대가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테스트 하는 과정”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유능한 협상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람 일지라도 신뢰를 잃으면 무용지물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대는 한 다리만 걸치면,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기업이나 개인은 평소에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협상에서도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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