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 선으로 추락하면서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국면에서도 30%대 지지율을 유지하던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과 연말정산 파동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월 넷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9%로, 마침내 30%대가 붕괴됐다. 이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로는 취임 후 최저치다.
반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63%까지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3%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취임 후 최대치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 격차는 12% 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8%는 의견을 유보(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 거절 5%)했다.
◆朴대통령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 vs 부정평가는 최대치
눈여겨볼 대목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추세’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달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1% 포인트(40%→29%) 하락한 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 포인트(44%→41%) 빠지는 데 그쳤다.
이번 주 41%를 기록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월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44%→43%→41%→41%’의 변화를 보였다. 이 밖에 새정치민주연합은 24%, 정의당은 5%로 각각 집계됐고 부동층(없음·의견 유보)은 30%였다.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당 지지율을 밑도는 시점을 계기로 정치적 레임덕이 가속화했다. 박 대통령이 ‘대개조’ 수준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반(反) 박근혜’ 기류가 범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은 이와 관련, “신당 창당과 선거, 당내 심각한 분열이나 비리 사건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정당 지지도의 급변 현상은 드문 일”이라며 “현 여권인 새누리당 지지도는 매우 안정적이다. 최근의 대통령 직무 평가 급락 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결국 기존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朴대통령 비토, 1위는 ‘소통 미흡’과 ‘연말정산 논란’
특히 보수진영의 텃밭인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속히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부산·경남·울산에서 32%에 그쳤고,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지율도 41%에 불과했다. 한때 70%에 육박하던 대구·경북에서조차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과반 아래로 추락,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른 지역의 지지율도 △서울 23% △경기·인천 29% △대전·세종·충청 28% △광주·전라 18% 등으로 미미했다.
세대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2040세대에서는 긍정률이 20% 이하, 부정률은 70%를 상회했다. 50대도 긍정 34%, 부정 60%로 3주 연속 부정률이 더 높았다. 60세 이상에서만 긍정률(55%)이 부정률(36%)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로는 ‘열심히 한다·노력한다’가 23%로 1위로 꼽였다. 이어 ‘주관, 소신 있음·여론에 끌려가지 않음’(12%), ‘외교·국제 관계’(10%), ‘복지 정책’(10%), ‘대북·안보 정책’(6%)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소통 미흡’과 ‘세제개편안·증세’가 16%로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인사 문제’(14%), ‘공약 실천 미흡·입장 변경’(9%), ‘경제 정책’(8%), ‘복지·서민 정책 미흡’(8%),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6%)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27~29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8%(총통화 5680명 중 1009명 응답 완료)였다.